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화웨이 제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즉시 화웨이에 대한 추가 물량 생산을 중단했다. 다만 지난달 17일 이전에 생산됐거나 생산 중이었던 반도체에 한해 오는 14일까지만 화웨이에 공급키로 했다.
미국은 그 동안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사용되는 것을 막아왔지만 이번에는 화웨이가 설계하지 않은 반도체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또 15일부터는 미국 정부 승인이 있어야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규제가 화웨이의 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생산한 TSMC를 목표로 했다면 이번 재제는 화웨이에 반도체 완제품을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적용된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분위기를 볼 때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거래 승인을 신청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듯 하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도 막강한 바잉 파워를 갖고 있었던 만큼 이번 일로 반도체 시장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약 27조7천억 원)로, 애플(361억 달러), 삼성전자(334억 달러)에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
또 화웨이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애플·도이치텔레콤·테크트로닉스·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로 꼽혔다. 이들 5개 업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을 3%가량(약 7조3천7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1.4%로, 작년 매출액(26조9천900억 원) 기준으로는 3조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17일에 가이드라인이 즉시 발효돼 생산을 바로 중단했다"며 "화웨이 수출이 끊긴 뒤 화웨이를 대체할 거래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려워 당장은 재고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 외에 미국 마이크론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 업계 3위로, 단일 매출처를 기준으로 화웨이(12%)가 최대 매출처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며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까지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로 영향을 받게 돼 업계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각 업체들이 향후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 공급량을 늘려 화웨이 제재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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