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두산그룹이 3조원 규모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내면서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두산이 인프라코어의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까지 팔지 여부가 관심사다. 밥캣을 제외한 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지지만, 두산으로선 밥캣까지 판다면 주요 매출원을 잃게 돼 통매각은 원치 않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일단 밥캣 매각은 고려치 않고 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계열사 매각,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3조원이 넘는 빚을 갚고 있다. 최근 두산솔루스, 모트롤 사업부, 네오플럭스, 클럽모우CC 매각을 공식 발표했고, 1조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도 공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이 진행하던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며 "연말까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될 경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마무리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 총액은 현재 1조7천억원 수준이고 두산중공업의 지분율(36.1%)을 고려하면 6천억원 정도다. 두산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인프라코어 매각가를 8천억원 이상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인프라코어의 매각 방식이다. 두산으로선 국내 건설기계 1위인 인프라코어 매각도 신중할 수 밖에 없는데, 밥캣까지 팔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인프라코어와 밥캣을 분리매각한다면 매물로서 가치는 떨어지지만 두산으로서도 5조원에 인수해 알짜 회사로 키운 계열사를 팔기는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사업회사만 팔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2007년 미국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현 두산밥캣)을 5조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곧바로 지분법 손실이 1조원 이상 발생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밥캣이 소형 중장비 부문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떠올랐다.
밥캣은 실적도 모회사 인프라코어를 뛰어 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에 매출 3조7천265억원, 영업이익 3천634억원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은 매출 4조4천593억원, 영업이익 4천770억원을 올렸다.
이에따라 두산이 밥캣 매각 카드를 빨리 꺼낼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인프라코어 매각에 진척이 없고 채권단 압박이 거세지면 밥캣까지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코어에 밥캣까지 매각 한다는 건 차 떼고 포도 떼는 형국"이라며 "(밥캣 매각은) 인프라코어 매각이 여의치 않을 때 채권단 압박이 거세지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 관계자는 "자구안의 일환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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