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사 모두에게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현대기아차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연일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장외전도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양사는 번갈아 입장 자료를 내며 상대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LG화학은 지난달 28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주장하며 제재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6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영업비밀 소송에서 악의적인 증거인멸과 법정모독으로 패소판결을 받은데 이어 국내 소송에서도 패소로 억지주장이 입증됐다"며 "과연 SK이노베이션이 정정당당함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날 낸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은 SK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꼬투리잡기만을 하고 있다"며 "LG가 억지로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행위라기보다는 특허권자인 SK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LG는 소송을 먼저 시작한 당사자로서 사실을 근거로 정해진 소송절차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주시기 바란다"며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분쟁을 멈춰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LG와 SK의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양사 모두에게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주로 LG화학에서,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용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1차 공급처로 선정된데 이어 LG화학이 2차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브랜드 구분은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중요한 배터리 공급사인 것이다. 이에 따라 LG와 SK의 특허 소송 결과에 따라 배터리 조달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LG와 SK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아직까지 특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3사를 차례로 방문하며 구축한 'K-배터리 동맹' 분위기도 와해되는 분위기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7월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을 차례로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회동했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로 국내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간의 '빅텐트'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K-배터리 동맹이 결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국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비롯됐다. SK는 전날 입장문에서 "LG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SK는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해결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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