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수사중단' 권고를 내린 지 두 달여 만에 검찰이 '불구속기소' 결론을 내렸다. 수사를 진행한 지 1년 9개월만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처분을 내렸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불구속기소'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장충기 전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삼성물산 최치훈·김신 전 대표, 이영호 전 최고재무책임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은 지난 2015년 5~9월께 최소비용으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승계작업을 벌였다"며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결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 측은 합병 거래 각 단계마다 삼성물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거짓정보를 유포하고 중요 정보를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호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 각종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를 벌이고, 시세조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해선 이 과정을 통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에버랜드 상장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2015년 9월 0.35대 1 비율로 합병을 추진했고, 이 부회장은 기존 지분 7.21% 외에 4.06%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려 평가함으로써 이 합병비율을 정당화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말 회계처리기준을 종송회사에서 관계회사에서 바꾸는 과정에서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천억 원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회계분식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 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삼성 측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며 "향후 변호인 측 입장이 혹시 나오게 되면 그 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檢, 수심위 권고에 '불응'…증거 확보는 '글쎄'
검찰은 수심위를 도입한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8차례의 수심위 권고를 일주일 내에 모두 받아들였지만, 이 부회장 사건과 관련해선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장고를 거듭해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 위한 명분 찾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부회장 등에 대해 1년 9개월에 걸쳐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임직원 100여 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증거 찾기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근에는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등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검찰이 증거가 없으니 이렇게까지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일단 검찰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을 두고 문제를 삼고 있다.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는 판단이다. 또 자사주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 그룹 차원의 불법행위도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이 같은 불법행위를 벌이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의 회계 부정 혐의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정상적인 회계처리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부회장이 주가 관리를 보고 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도 검찰의 주장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에버랜드 재판의 단초가 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이미 지난 1996년부터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갖고 있었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하는 한 경영을 승계하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뿐"이라며 "검찰이 따로 전문가들을 불러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쳤던 분위기로 봐서는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로 합병하고 회계를 조작했다는 부분을 입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2017년 2월 28일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 된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석방됐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삼성은 장기간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그 동안 총수의 경영 공백이 생긴 삼성 입장에선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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