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후계자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으로 결정된 가운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의 최대주주 등극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이사장은 서울 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심판'을 청구했다. 조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이 건강한 상태로 자발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객관적 판단을 통해 회장님의 평소 신념이 지켜지고, 가족이나 회사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평소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시간 외 대량매매로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에 따라 조현범 사장은 기존 보유 지분(19.31%)에 더해 총 42.9%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조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지분율은 19.32%로 유지됐다. 조 이사장(0.83%)과 차녀 조희원씨(10.82%)의 지분율도 변동이 없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를 비롯해 한국아트라스BX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다. 조현범 사장이 지주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면서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발생했다. 조 이사장은 형제들 가운데 보유 지분율이 가장 낮지만 조 회장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사실상 조현범 사장의 지분 승계에 대한 문제 제기인 만큼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원씨가 연합해 조현범 사장과의 지분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로써는 지분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지만 조 회장이 지분 매각을 번복하고 보유지분을 사회에 환원하면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을 오히려 앞서게 된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 건강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공식적인 대응 방안은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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