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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아시아나 재협상 보채고는 여전히 뒷짐만


금호산업·채권단, M&A 종결 압박…HDC "협상 진행 중"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재협상 테이블이 꾸려졌지만 여전히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협상을 보채고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전날 HDC현산 측에 M&A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해외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된 만큼 주식매매계약(SPA)을 마무리 짓자는 요청이다.

HDC현산은 지난 1월부터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에서 차례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았고, 지난 2일 러시아의 승인도 받으면서 해외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됐다. 이에 따라 주식매매계약을 위한 선행조건이 마무리됐다는 것이 금호산업 측 판단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같은 날 금융당국도 HDC현산을 압박하고 나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시한은 아직 남아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손 부위원장은 "산업은행 의견이 중요한데 산은은 매각 시한이 끝났다고 보는 것 같지 않다"며 "양 당사자 간 의사소통을 좀 더 긴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HDC현산 측은 M&A 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채권단 등에 재협상을 요청했던 만큼 기존 계약보다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천77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총 2조5천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었다.

앞서 HDC는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계약 당시보다 4조5천억원이 증가하는 등 가치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주장하며 인수조건 재검토를 요청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자료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채권단은 물론 아시아나항공도 HDC 측을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채권단은 HDC의 재협상 요청을 수용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하자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채권단이 재협상을 위한 판을 깔아준 상태지만 HDC현산은 여전히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의 전격 회동 이후에도 구체적인 진전 상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조건 재검토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금호산업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금을 그룹 재건에 사용할 계획인 만큼 구주가격을 낮추는데 반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협상 과정을 험난할 전망이다.

다만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만큼 시간을 늦출수록 오히려 협상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관계자는 "재협상 요청 이후에 채권단은 물론 금호산업 등 계약 당사자들과 포괄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비밀유지 조창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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