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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외친 신동빈 회장 "롯데 사업전략 다시 짜라"


'70% 경제'가 뉴 노멀…"회사 간 시너지·업무 효율성·본업 경쟁력 강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프터코로나가 곧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코로나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WC, With Corona)'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위드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이 2~3년 계속되겠지만 이 기간을 우리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갑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일 오전 진행된 '2020 하반기 롯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LOTTE Value Creation Meeting, VCM, 옛 사장단회의)'에서 계열사 대표 및 임원들에게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롯데지주 대표 및 임원, 4개 BU장 및 임원, 계열사 대표 등 90여 명이 참석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화상 회의로 진행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 롯데 VCM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고 언택트 업무 문화를 실현하고자 웨비나(Webinar, 웹 세미나) 형태로 진행됐다"며 "참석자들은 서울 잠실(5개), 소공(2개), 양평(1개) 등 3개 거점에 마련된 8개 회의실에 소그룹으로 모여 VCM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롯데 사장단회의는 그 동안 상·하반기에 각 비즈니스 유닛(BU)별로 수 일에 걸쳐 진행됐으나,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하루만에 모두 마쳤다.

이 같은 방식은 지난 5월 국내 경영 복귀 직후 '근무 혁신'을 주문했던 신 회장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당시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며 효율성 중심의 근무 혁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대기업 최초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했으며,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임직원 복장 자율제도 도입한 상태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도 신 회장은 "1~2년에 한 번씩 방문해왔던 해외 자회사의 업무 현황을 이제는 언제라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계열사별로 보고를 받은 후 사장단 회의 마지막 순서에서 대표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신 회장은 이날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가장 먼저 업무상 낭비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CE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2019년 대비 70~80% 수준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70% 경제'가 뉴 노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최근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짚었다.

이어 "뉴 노멀이 된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해 왔던 업무 방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 회장은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국제 무역, 세계화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그간의 사업전략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이 같이 말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동안 롯데 각 계열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유통 사업은 올해 1분기에 백화점 실적이 '코로나19' 직격타를 입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6% 감소한 521억 원에 그쳤고, 매출은 8.3% 줄어든 4조767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2분기에는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 여파로 매출 감소폭이 큰 데다 마케팅 비용 출혈 등으로 실적 방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 상태다.

화학 사업인 롯데케미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손실이 860억 원으로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만에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3조2천7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시장에선 2분기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호텔 사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사업인 면세·호텔부문이 모두 타격을 입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5% 감소한 1조874억 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은 79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분기에도 매출 비중이 큰 면세점이 '개점 휴업'인 데다 호텔 객실 점유율도 현저히 낮아 실적 타격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이 2015년 8월부터 추진해왔던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여기에 음료업계를 이끌던 롯데칠성음료도 '코로나19'에 직격타를 입었다. 이곳의 1분기 매출은 11.7% 줄어든 5천73억 원, 영업이익은 67.7% 급감한 62억 원에 그쳤다. 또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롯데칠성음료가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놔 암울한 상태다.

이에 신 회장은 이날 각 계열사 대표들을 향해 다른 접근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생산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하고 있다"며 "국제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해외사업을 진행할 때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도 아직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 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에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에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또 신 회장은 최근 유통 매장 등 현장을 잇달아 방문한 후 느꼈던 점을 공유하며 이 같은 위기 속에서 본업 경쟁력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5월 초에 귀국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매 주말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의 롯데 사업장들을 방문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직접 가서 보니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보였다"며 "이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DT(Digital Transformation)를 이루고 새로운 사업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 지 재확인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단기 실적에도 얽매이지 말아야 하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달라"고 대표들에게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19세기 영국의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말한 "최선을 기대하며 최악에 대비하라"를 인용하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도 최선을 기대한다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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