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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CEO'라 쓰고 '50년 총수'라 읽는다…장영신號 5조 애경 키웠다


반세기 경영 앞둔 장영신 회장…코로나19 겪으며 M&A 분수령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내 인생은 사업이라는 각오로 살아왔다. 여자라서 남자보다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했으므로 내 인생에서 즐긴다는 표현은 찾기 힘들었다."

매출액 49억원의 비누회사에서 매출액 5조6천300억원 규모의 재계 60위 그룹으로 키워 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밝힌 심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최고 경영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장 회장이 애경그룹 경영 전선에 나선지 반세기를 앞두고 있다. 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든 건 당시 나이 36세이던 지난 1972년 7월1일. 남편이자 창업주 채몽인 사장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다. 같은해 8월1일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채몽인 선대 사장이 광복 직후 설립한 대륭양행은 당시 국내 무역업계 순위 7위 안에 들 정도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애경그룹의 역사를 만든 것은 자타공인 장 회장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장영신 회장의 경영 행보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한국 특유의 여성 차별 분위기가 높은 벽이었다. 당시 국내 사회는 남녀차별이 심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미미했던 때다.

애경그룹 장영신회장 [애경그룹]
애경그룹 장영신회장 [애경그룹]

이같은 분위기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가 기업의 대표로 나서니, 회사 직원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장 회장이 사장에 취임하자 애경 사보에는 "새로운 사장님이 여사장님이라는 데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미국 체스넛힐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장 회장은 가장 먼저 애경유지공업의 지표를 화학분야로 재정립해 대전공장을 준공하고 애경화학과 애경유화의 전신인 삼경화성을 설립했다. 과감한 투자는 주방세제 '트리오'의 판매액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영 정상화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남편이 키워온 비누사업을 유지하되 미래 애경의 지표를 화학공업으로 설정했다. 그해 말 1차 오일쇼크가 터질 당시, 세탁기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여서 비누 대신 합성세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고 대덕에 2500여 평 규모의 대규모 합성세제 공장을 지은 것이다.

1975년 공장이 준공될 무렵 합성세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6년에는 플라스틱 용기류를 생산하는 성우산업을 출범시켰고,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제조하는 애경화학, 합성세제 원료를 생산하는 애경쉘, 도료 메이커인 애경공업, 애경유지의 사업을 그대로 이은 애경산업 등을 차례로 설립해 규모를 키웠다..

1980년대 들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당시에는 관심이 저조했던 ‘클렌징’ 제품 시장을 주목하고 백화점과 호텔, 전문매장에서만 살 수 있었던 유통구조를 개혁해 약국과 슈퍼마켓에서 판매해 대성공을 거뒀다.

장 회장의 성공은 정도경영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그는 경영전면에 서 있는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아침 출근 후 주요업무를 듣고 기업경영에 반영했다.

지금은 경영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장 회장이 고령인데다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일선에 나서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해왔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에는 채 총괄부회장이 아닌 장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총수를 지정한 뒤 그를 중심으로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현황,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여부 등을 판단한다. 총수가 누구냐에 따라 규제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채 총괄부회장은 동생을 비롯해 전문경영인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기고 굵직한 그룹 현안만 주로 챙긴다.

애경그룹은 이스타항공을 품고 단숨에 제주항공과 합쳐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단시일에 수백억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이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이미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상태다. 협력사에 대금을 연체 중이다. 지난 2월부터 임직원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타이이스타 보증문제,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한 상태다.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산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은 여전히 제주항공과의 인수를 성사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 인수합병 거래 종결을 위해 제주항공 설득을 포기하지 않는 모양새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지난 1일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자체적으로 해소한 뒤, M&A 거래 종결(deal closing)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인수합병 분수령이 될 이번 주에 채형석 총괄부회장에 판단에 애경그룹의 총수인 장영신 회장의 결정에 재계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린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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