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면세점 지분 갈등 2R…1심 패소 김기병 회장 '항소' 천명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동화면세점 지분 문제로 호텔신라와의 소송전에서 패소한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9일 동화면세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6일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호텔신라 측에 78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에 반발해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호텔신라가 김 회장에게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788억1천47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5월 김 회장이 가지고 있던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600억 원에 매입했으며, 계약 체결 3년 후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매도청구권은 지분 등 자산을 특정 시기에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다. 또 김 회장이 3년 후 주식을 매입하지 못할 시 담보로 맡긴 동화면세점 지분 54만3천600주(30.2%)를 호텔신라가 가져가기로 계약했다.

이후 호텔신라는 2016년 12월에 김 회장에게 지분을 재매입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회장은 이를 매입할 자산이 없다며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라 담보로 맡긴 주식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나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며 2017년 7월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의사대로 지분을 받을 경우 바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호텔신라가 대기업 면세사업권을 가지고 있어 중소·중견 면세점 특허권을 가진 동화면세점을 운영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은 지속적인 적자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매각이 여의치 않았고 이에 소송까지 가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회장은 패소하게 되자 동화면세점을 통해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1심 판결이 주식매매계약서상 명시적인 조항을 명백히 무시한 부당한 판결이라고도 주장했다.

동화면세점에 따르면 매매계약서 4조3항에는 매도청구권 행사에도 김 회장이 주식 재매수를 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호텔신라에 귀속돼 호텔신라가 전체 50.1%를 보유하게 되고, 호텔신라는 김 회장에 대해 일체의 추가 청구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이러한 주식매매계약서상 명확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판부는 호텔신라의 매도청구권 행사에 대해 주식을 재매수하지 않은 김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며 "이는 재판부가 면세점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계약서상 서로 합의한 담보 주식 대신 돈으로 달라는 호텔신라의 억지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선 김 회장과 호텔신라의 문제를 두고 동화면세점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돈을 빌린 주체가 동화면세점이 아닌 김 회장인데 왜 동화면세점이 주체가 돼 이 같이 주장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업을 사유화 해 마치 개인은 뒤로 숨고 중견기업을 앞세우는 식으로 여론 몰이에 나서는 듯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