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전임 위원장의 남은 임기를 채우고 재지명된 가운데, 함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두 상임위원 인사와 관련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정치권 인사들이 주요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급변하는 방송통신 현안을 해쳐나가야 할 방통위가 정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공모를 마감, 미래통합당은 24일 공모를 마침에 따라 조만간 차기 상임위원을 발표될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복수야당체제에서 미래통합당 단일체제로 변경됨에 따라 여야 상임위원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번 임명 이후에도 위원회 구성에 여야 충돌이 심화될 공산도 크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모집을 시작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응모 공고를 25일 마감하고 최종 지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민생당(당시 국민의당) 추천으로 부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과 민주당 추천의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이 오는 7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표 부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추천인사를, 허 위원장은 민주당 추천인사로 교체된다.
◆ 급변하는 방송통신 시장 해쳐나갈 전문가 절실…현실은 정치적 후견주의 '만연'
앞서 민주당은 김현 전 의원의 내정설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후보자로 거론됐던 김 전 의원이 최근 당에 탈당계를 제출, 처리가 완료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추측까지 회자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방송통신 전문가로서의 적격성 논란과 관례였던 공모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며 이에 따른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앞세운 방통위원 내정을 철회하고 상임위원 공모 절차를 진행하라"고 주장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든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라"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방통위추천위원회를 발족하고,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25일 공모를 마감하기는 했으나 명단 공개는 조심스러운 눈치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강행(김현 전 의원의 상임위원 지명)의 여지가 남아있기는 하나 이번 공모를 통해 교체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으로 어떤 식의 인사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공개 공모를 두고 사실상 김현 전 의원의 내정을 위한 면피책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지명 상임위원 후보자로 안정상 민주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과 배재정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을 역임한 방송통신 정책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배재정 전 의원은 부산일보 기자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미래통합당 추천 상임위원 공모에 나선 인사로는 총 16명이 공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나, 명단 공개를 동의하지 않은 인사를 제외하고 9명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 박창식, 홍지만, 이상일 전 의원과 성동규 중앙대 교수,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 홍용락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이창섭 방송인이 꼽힌다.
이 중, 유력시되는 후보로는 홍지만 전 의원과 성동규 중앙대 교수가 언급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SBS 뉴스 앵커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다만, 방송분야의 경력이 전문성과 연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적합성 여부와 현재 상임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KBS 기자 및 18대 국회의원 출신의 안형환 의원과 경력이 겹친다.
성 교수는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KBS 객원해설위원, MBC시청자위원회 위원, EBS이사, 한국 OTT포럼 회장 등 미디어 전문성이 입증된 인사다. 다만, 통합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주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을 맡은 바 있어 정치적 편향성을 해소해야 한다.
◆ 합의제 기구의 정쟁화…'방송통신→당' 위원회 전락 우려
방통위 상임위원에 업계가 날을 세우는 이유는 방통위가 청와대와 국회 여아가 추천하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운영되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정치인이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정쟁만 일삼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0일 임명된 김창룡, 안형환 방통위 상임위원도 전문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상임위원은 국민일보 기자 출신으로 인제대 교수를 역임했으나 방송 및 정보통신의 전문성보다는 저널리즘에 치중된 면이 지적됐다. 안 상임위원은 KBS 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나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방통위 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방통위가 설립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상임위원을 다양한 출신의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이 제기한 여야 상임위원 비율 역시 향후 핵심 논란으로 불거질 공산이 크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민주당이 정부관련 위원회의 여야 교섭단체 비율의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상임위원 변경에 따른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상태다.
현재 21대 국회 교섭단체는 민주당과 통합당, 민생당 등 3개 교섭단체로 운영된 20대 국회와는 달리 민주당과 통합당 양당체제로 개편된 바 있다. 거대 여당의 출현으로 인해 방통위의 여야 상임위원 비율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민주당의 주장이 현실화되면 방통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현재 김창룡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상임위원(현재 안형환 상임위원) 이외에 나머지 2석이 민주당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의 여야 4:1 구조를 통합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을 두고 법안 개정에 나선 바 있으나 중지를 모으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다만, 거대 여당 체제 내에서 민주당이 이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관철될 가능성이 상당하기에 그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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