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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0만명 보험설계사 가슴에 대못 박은 '보걸이'


[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보험설계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최근 한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험설계사에 대한 혐오표현이 나왔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위장직업은 보험설계사다. 다수의 여학생들이 주인공의 딸에게 따돌림과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언급됐다.

가해 여학생들은 주인공 딸의 몸을 잡고 억지로 얼굴에 화장품을 칠하면서 “얘 화장품 살 돈이 없어서 그래, 얘네 엄마 아파트에서 보험 팔러 다니는 보팔이잖아” “야 보팔이가 아니라 보걸” “보험구걸”이라며 비웃었다.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을 구걸한다는 의미로 ‘보걸’이라고 언급했고, 주인공의 딸이 보험설계사의 자녀이기 때문에 가난해 화장품도 못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설계사들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성립하기 어렵더라도 직업에 대한 혐오표현을 한 것이라며 최근 설계사 1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방송국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으로 해결하기에 앞서 자발적인 인식개선과 문제해결을 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언택트(비대면) 흐름으로 인해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이 축소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보험 영업에서 설계사들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생명보험사 초회보험료에서 대면채널의 비중은 98.5%로 대부분이 설계사를 통해 이뤄졌다. 손해보험사도 대면채널을 통한 가입이 88.3%였다. 설계사 없이는 보험사들의 영업은 사실상 '올스톱'이다.

설계사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자신들의 직업이 그릇되게 표현되는 것에 대해 자괴감 및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미성년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학교에서 상처받을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해당 드라마는 15세 관람가다.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로 하여금 설계사라는 직업에 차별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 '보걸이'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었다. 보험업계에서도 그런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단다. 도대체 누가 생각해낸 단어일까. 영업을 구걸이라 한다면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 구걸을 하는 것이고, 그들을 비하할 땐 '걸이'가 붙는 것인가.

40만 설계사라면 우리 주변에서 건너 한 명 즈음은 설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들도 누군가의 부모이자 친척, 친구, 자녀다. 해프닝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그들의 가족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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