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으로 코너에 몰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격'의 기회를 잡은 가운데 오는 26일 검찰수사심의위에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은 지난 2016년 하반기 촛불집회 이후 특검 수사와 국정농단 재판을 비롯해 각종 압수수색과 수사를 받느라 4년째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수사심의위의 쟁점은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는 게 옳은지, 검찰이 계속 수사를 하는 게 적정한지다. 이 부회장 측에선 그간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의 권고 내용을 검찰이 모두 수용했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열릴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결정을 얻어내는 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수사심의위 개최일을 오는 26일로 결정하고 삼성 측에 통보했다. 이 부회장 측이 기소 타당성 여부를 "국민에게 판단받고 싶다"며 이달 초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두고 두차례 맞붙었던 양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됐다.
대검찰청은 관련 지침에 따라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을 선정해 사건을 심의할 현안 위원회를 구성한다. 수사심의위 운영규칙에 따르면 수사심의위원 15명 중 1명이 위원장 대행을 맡게 되고 나머지 14명이 심의 및 의결을 하게 된다. 만일 7대7로 동수가 나올 경우 심의 결과는 부결된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은 권고 사항일 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검찰이 모두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 부회장 측은 장기간 수사에도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실하다는 주장 등을 통해 일부 혐의라도 불기소 권고를 받는데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위기 극복론', '삼성 역할론' 등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고 보고, 앞으로도 '여론전'의 고삐를 바짝 당긴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며, 오랜 검찰 수사로 삼성의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수사심의위 결과 불기소 권고가 나올 경우, 이 부회장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검찰이 검찰 개혁 차원에서 스스로 만든 제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할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할 수 있어 검찰에서도 심의위 결과가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검찰은 수사심의위 절차를 지켜보며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참고하되,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모두 기소하는데 무게를 두는 검찰은 '재판과정의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언급한 영장기각 사유를 들어 법원도 기소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등 주장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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