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5세대 통신(5G) 시대에는 기존 네트워크 표준 중심의 주요 기업들이 독식했던 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생태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면서 홀로서기 보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준성 노키아 코리아 CTO는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5G 시대에는 사물뿐만 아니라 각 기업들이 경쟁 역량을 공유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보다 확장시켜나가는 경향이 뚜렷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준성 CTO는 지난 2015년까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네트워크 사업을 도맡아왔다. 2016년 노키아에 합류한 뒤 노키아벨랩연구소를 거쳐 현재 한국지사 최고기술경영자를 맡고 있다.
또 노키아는 5G 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에릭슨엘지, 화웨이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준성 CTO는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노키아 역시 총 73개의 5G 상용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23개의 5G 라이브 네트워크가 운영되고 있다"며, "기술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용 시장에 대한 조절이 가능해 지속적으로 준비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기존 LTE에는 PS-LTE(재난망)나 프라이빗(private)LTE도 있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며 "5G는 아직 초기이나 앞으로 B2B 시장에서 프라이빗 5G가 중요하고, 이에 따른 시너지를 얻으려는 경향이 커 이 시장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5G 시장에서는 협업과 상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5G 성공을 위해서는 몇몇 유력 업체들, 소위 기존 강자들인 에릭슨과 화웨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서드 파티와 유기적인 기술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CTO는 "플랫폼 관점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오픈형 생태계 구축을 잘해온 것에 비해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개방보다는 폐쇄적 성향이 더 강했다"며, "최근에는 AI 등장으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변화가 강해지다보니 경쟁력 있는 업체들과 윈-윈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 화두로 제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기술을 오픈해 서드파티와 함께 가겠다는 것은 무리 일 수 있으나 결국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술 및 성능과 가격의 적합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를 전달할 수 있는 곳에 대한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키아 역시 우선적으로 현업 기술에 대한 표준을 마련하고, 서드파티의 자율적 참여를 도모하는 오-랜연합(O-RAN Alliance)에 합류했다. 이 연합은 무선 접속 네트워크와 관련해 지능화 및 개방성을 핵심 원칙으로 가상화된 네트워크 요소와 화이트 박스 하드웨어 및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선 환경에서의 개방된 인터페이스 표준을 구축,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게 목표다.
오-랜 연합은 SK텔레콤과 KT뿐만 아니라 미국 버라이즌, AT&T나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일본의 KDDI, 동남아시아 싱텔, 유럽의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 주요 이통사가 참여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델, 브로드컴, 후지쯔, IBM, 인텔, 레노버, 퀄컴 등도 함께하고 있다.
이 CTO는 "가령 무선 기지국(RU)에서 프런트홀로 나아가고 코어 쪽에 연결되는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기존에는 각 제조사별로 다른 방식을 활용해 타 장비와 호환되지 않도록 했지만, 오-랜은 이같은 방식에 대한 표준 인터페이스를 공유해 서드파티가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다른 오픈형 생태계 구축은 5G 시장의 확장과도 관련이 깊다. 유선에서의 한계가 무선으로 전이됨에 따라 5G 시장 자체의 규모 확장이 불가피한 상태라는 것.
즉, 전통적인 통신사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5G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기존 기업들의 리소스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 함께 하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CTO는 "케이블TV 사업자나 OTT 사업자들도 유선망에 대한 한계에 직면한 상태로 일반적인 사업자가 대형망에서 모든 코어가 한 개 서버로 압축된 플랫폼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DC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나 케이블 컴캐스트 등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지자체들이 앞다퉈 테크노벨리 구축에 나섬에 따라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5G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함께 성장하는 '상생'을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령 인빌딩 서비스인 HFR 개발에 함께한 SK텔레콤뿐만 아니라 안테나 관련 최적화와 소형화, 경량화 등 어려운 조건 하에서도 국내 강소기업인 KMW와 장비 개발에 협업한 게 대표적이다.
이 CTO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비중은 작지만 5G 시장이 먼저 열린 곳이고, 이 곳의 네트워크 안정화 과정은 다른 국가로의, 5G 전파에 있어 중요 레퍼런스 역할을 한다"며, "서드파티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5G의 오픈형 네트워크 시장 참여를 위한 중소기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CTO는 "기존에는 하드웨어 적인 관점에서 봤다면, 5G 사용사례가 늘어나면서 머신러닝이나 AI 등 소프트웨어 기반 알고리즘 업체들의 네트워크 시장 진입도 가능해지고 있다"며, "네트워크 시스템에 넣을 수 있는 SW 개발이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5G뿐만 아니라 앞으로 10~20년을 이끌 선행 기술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벨랩이 있다"며, "당장 상용화된 기술을 개발한다기보다는 유형적인 신기술에 대한 10년 가량의 중장기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키아가 관여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엔드투엔드 라인업이 완성돼 있다"며, "SDN이나 가상화된 RAN, 클라우드, 스몰셀, 매시브 마이모(MIMO), 변종 및 융합 제품 등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회를 창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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