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선언한 '뉴 삼성' 전략이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 사법리스크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이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온 만큼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멈추지 않는 투자를 강조해왔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113조1천964억 원이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장기 정기예금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순현금만 97조5천300억 원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말 처음으로 현금 보유액 100조 원을 돌파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104조2천140억 원으로 단일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계열 상장사를 합한 그룹으로는 125조3천9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 4년간 이렇다 할 M&A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9조 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M&A는 전무하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들은 M&A를 적극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전 세계 M&A 거래 규모는 5천63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나 감소했다.
반면 미국 5대 IT업체인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GAFAM)는 끊임없이 M&A 시장에 노크를 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올 들어서만 애플은 4개 업체 이상을, 마이크로소프트는 3개 업체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IT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M&A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부회장 부재 시 M&A 및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는 삼성에게 큰 우려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만일 삼성이 M&A 시장에 나설 경우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야는 시스템반도체와 전장 부품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만큼 파운드리 업체 등에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언급했듯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가치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중장기 경영 전략에 초점을 맞추며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M&A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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