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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용불안 자승자박…대형마트 도미노 폐점 '관망'


규제 강화 기조에 대형마트 '흔들'…폐점 여파로 직원들 실직 초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실적 악화로 고통받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연이어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이 수 년간 유지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대형마트들이 실적 개선을 위해 일부 점포를 정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백화점 5개 점, 할인점 16개 점, 슈퍼 75개 점 등 연내 121개 매장을 폐점키로 했다. 지난 2월 향후 5년 이내 오프라인 점포 700여 개 중 200여 개에 대한 대규모 폐점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로, 목표치의 60%가 연내 이뤄지는 셈이다.

 [사진=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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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롯데쇼핑은 할인점 사업 정리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객들을 이커머스 업계에 뺏기고 있는 데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배제 등 정부의 계속된 역차별이 대형마트 사업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이에 롯데마트는 다음달 VIC킨텍스점과 천안점·의정부점 등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 122개 점 중 13개 점을 폐점키로 했다. 또 롯데마트 양주·천안아산점은 지난달 문을 닫았고 VIC신영통점은 이달 안에 모두 정리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정직원들은 반경 40km 이내 점포로 분산 배치할 예정"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성과가 나지 않은 점포들을 정리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이 같은 방침에 롯데마트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폐점 점포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 하는 것이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달 말 폐점한 롯데마트 양주점 직원들은 인근에 위치한 의정부점이 아닌 서울역점·김포한강신도시점 등으로 발령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교통 이용 시 편도 최대 2시간 반 가량 걸리는 곳에 배치 받게 되면서 사실상 퇴직 압박을 받게된 셈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는 "대형마트에는 직영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한 점포당 300~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사실상 수만 명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 같은 분위기는 홈플러스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알짜 매장들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안산과 둔산, 대구점 3개 매장에 대한 자산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는 중으로, 이곳을 매각 후 재임대(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 아닌 폐점 후 부동산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형을 키우기보다 유동성 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회사 측은 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으나, 노조에선 직원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폐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친 반노동행위"라며 "경영부진의 책임을 노동자에 떠넘기고 자기 배만 불리려는 MBK파트너스의 비도덕성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마트도 사업성이 없는 전문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에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수익성이 악화된 전문점부터 정리에 나선 것이다. 이에 2017년 오픈한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를 올 상반기에 모두 정리했고, 최근에는 만물 잡화점 '삐에로쑈핑' 사업도 접었다. 지난 3월에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쇼앤텔'도 철수시켰다.

또 이마트는 지난 3월 25일 재무건전성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 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CP4 구역)를 8천158억 원에 매각했다. 이곳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지난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천400여억 원에 사들였으나, 유통 환경이 악화되면서 부지를 팔아 부채를 줄이고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여기에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13개 점포를 매각하며 실탄 확보에 적극 나섰다. 이 중 11곳은 가격이 비싼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해 매각한 점포는 일산점, 산본점, 천호점, 동인천점, 수원점, 양주점, 검단점, 평촌점, 수색점, 포천점, 진접점, 구미점, 반야월점 등이다. 이마트는 각 점포를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해 9천525억 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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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수년 간 이어진 정부의 규제로 인한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골목상권 침해를 이유로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영업 규제 조치를 내렸으며, 이에 대형마트들은 현재 월 2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정부가 지난달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대형마트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면서 매출 타격을 크게 입었다.

여기에 정부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출점 규제를 3년 더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체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규정 존속 기한을 올해 11월 23일에서 2023년 11월 23일까지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개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고용 안정화에 대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대형마트들에 대한 지원에는 소홀하다고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에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등 고용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관심은 적은 듯 하다"며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에 종사하는 직원 수가 상당하지만 업체 규제에만 혈안돼 정작 이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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