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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닻올린 한국콜마 '윤상현號' 전진배치


장녀 윤여원도 1월 사장으로 승진…계열분리 수순이란 전망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화장품·의약품 개발·제조(ODM) 업체 한국콜마의 2세 경영이 닻을 올린지 반년이 지났다. 지난해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의 '막말 동영상'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면서 2세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 전 회장의 장남 윤상현 총괄사장이 지난 12월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8월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아버지 윤 전 회장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빠르게 2세 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당시 윤 전 회장은 월례조회에서 임직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이 영상에서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의 대(對) 일본 대응을 비난하며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또 이 유튜버는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며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윤 전 회장은 이 영상을 틀며 "다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콜마는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의 '막말 동영상' 논란으로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의 '막말 동영상' 논란으로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동영상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깊이 반성하고,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창사 29년만에 경영일선에 물러났다.

거세지는 불매운동 여파로 몸살을 앓던 한국콜마는 윤 부회장의 승진을 골자로 그룹재건과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와 해외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한 후 이사로 퇴직했다. 2009년 한국콜마에 합류한 후 2016년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지난 2018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인수 당시 이를 진두지휘하며 건강기능식품 제조 역량을 강화했다. 마스크팩 제조업체인 제이준코스메틱 인천공장을 인수하고 대한제당 바이오의약품 티케이엠 경영권도 확보해 오너일가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막말 동영상'이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윤 전 회장의 사퇴만으로 논란을 온전히 수습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회장의 퇴진이 말만 그럴 듯할 뿐 실질적으로 윤 회장에게 타격을 입히는 일은 아니라고 보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윤 부회장의 경영 행보엔 산넘어 산이다. 한국콜마 전체 실적은 주요 고객사의 중국 사업 부진과 함께 하반기 국내 불매운동의 여파, 무석 공장 가동률 둔화 등으로 예상보다 더딘 성장을 걷고 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3천753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월과 3월의 화장품 수주가 소폭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공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적재 적시에 생산과 납기가 불가능해 5월부터 신규수주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콜마의 중국 현지법인인 우시콜마는 증설작업을 거쳐 올해 1분기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등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법인은 1분기 매출 121억 원, 영업손실 55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며 "중국에서 수주가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적재적시에 생산과 납기가 불가능해지면서 5월은 돼야 신규수주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고 했다. 신규 편입된 자회사 HK이노엔 등의 선방으로 화장품 본업 부진이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거세지는 불매운동 여파로 몸살을 앓던 한국콜마는 윤 부회장의 승진을 골자로 그룹재건과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거세지는 불매운동 여파로 몸살을 앓던 한국콜마는 윤 부회장의 승진을 골자로 그룹재건과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2세 경영은 장남 윤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장녀 윤여원 부사장도 지난 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화하고 있다. 윤 사장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국제경영 MBA 과정과 마케팅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윤 사장은 2001년 한국콜마 마케팅팀으로 입사해 화장품 트렌드변화 분석과 시장분석을 담당하며 한국콜마 성장과 K뷰티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2009년부터는 콜마비앤에이치 자회사인 에치엔지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화장품 유통과 고객사 발굴에 대한 능력을 키웠다. 2018년에는 콜마비앤에이치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해 한국콜마 건강기능식품 사업부 성장에 기여하며 연평균 20% 성장을 이끌었다.

일각에선 윤 사장의 승진을 두고 윤 전 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를 딸에게 넘겨주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윤 사장은 2018년 윤 전 회장으로부터 콜마비앤에이치 주식을 받았다. 현재 4.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곳의 최대주주는 한국콜마홀딩스로 50.2%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윤 전 회장의 지분율은 4.2%다.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글로벌 1위 연구개발(R&D) 제조 전문회사의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콜마가 보유한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글로벌 넘버원 연구개발 제조 전문회사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겠다. 신약 개발 역량은 물론 화장품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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