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변수가 된 형국이다. 1위 사업자 요금에 대한 정부의 사전 인가가 폐지되면 요금 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가제가 사실상 요금 담합의 빌미가 됐고, 시장 경쟁 구도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인가제를 폐지하고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정부 및 업계 일각의 주장이다.
해당 개정안은 변수가 없는 한 19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20일 본회의에 상정, 처리될 예정이다. 1991년 도입된 인가제가 30년만에 페지될 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19일 법사위 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최근 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 예정대로 국회 처리가 가능할 지 주목된다.
실제로 관련 시민단체는 국회를 상대로 이의 총력 저지에 나선 상태.
한국소비자연맹을 비롯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최근 정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이어 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을 만나 '통신요금 인가 폐지안 처리 불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법사위 심사는 물론 본회의 상정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다.
◆가열되는 인가제 폐지 논란
이번 개정안은 시장 1위 사업자(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 요금제(이용약관)를 출시할 때 정부에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요금 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될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대안으로 마련한 유보제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사실상 개정안이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 반대하고 있다. 통과되지 못하도록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정부나 업계 일각은 인가제가 1위 사업자 요금제를 후발 사업자가 따라하는 식으로 일종의 '담합'의 빌미가 돼 요금경쟁 등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 인가를 거쳐 출시된 뒤 유사 요금제 출시가 잇따르면서 담합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 과거 50% 이상을 웃돌던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등 이동통신 3사 경쟁구도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이 같은 시장상황 및 취지를 무시한 문제제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가제 폐지되면 요금인상? 3대 주장과 반박
시민단체들의 반발 배경은 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유보제 등 대안이 실효성이 없고, 사실상 1위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이들은 "인가제가 있어도 시장점유율이 90%인 이통 3사가 요금 베끼기를 통해 사실상의 요금담합을 하고 있는데, 인가제를 폐지해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막판 국회 처리를 앞두고 이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년간 논쟁에도 유지해 온 인가제를 20대 국회가 공론화 없이 날치기식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1인시위는 물론 국회의원들을 만나 우리 의사를 전달하고,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인가제가 오히려 요금 담합 등으로 이어지는 등 경쟁을 저해해 시장 변화에 맞춰 이를 폐지, 자율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은권 의원(미래통합당)은 제안 설명을 통해 "요금 인가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요금담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사업자 간 서비스 가격 경쟁이 활발하게 촉발될 수 있도록 해 국민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숙 의원(민생당)도 "요금 인가제로 인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면 후발사업자들이 이를 기준으로 유사 요금제를 따라 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이는 사업자 간 사실상 요금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해소해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선숙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사 요금 담합을 보다 강력하게 하기 위한 법 개정"이라며 "해당 개정안은 통신 소비자단체 입장과 같이, 요금담합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 차원의 더 강력한 통신 3사 요금담합을 조사하는 데 있어 정부의 인가내용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이를 폐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 강제조사권을 진행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인가제 폐지 대안으로 마련한 '유보 신고제' 실효성 문제도 지적한다. 1위 사업자에 대한 인가제 폐지를 반대하는 일부 경쟁업체 역시 유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요금 인가제는 공급 비용, 수익, 비용·수익의 서비스별 분류, 서비스 제공 방법에 따른 비용 절감,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유보신고제하에서는 소비자 이익을 해칠 우려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에만 15일 이내에 신청서를 반려하게 했다.
이에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보제를 통한 신고 반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해당 요금제에 대한 정책을 다 마련해 놓고, 마케팅을 한 상태에서 이를 수정하게 한다는 것인데, 이미 시장에 출시한 것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보제로도 기존 인가제와 같은 규제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유보제를 통해 반려가 가능해 현재 인가제의 구속력과 큰 차이가 없다"며 "궁극적으로 요금제가 인상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간 과방위 소위, 상임위에서도 인가제 폐지를 반대하거나,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었고, 오히려 완전 신고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런 찬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마련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요금 인가제 폐지가 결국 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가제 폐지로 인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또 다른 규제 폐지 공론화 가능성이 있어, 인가제에 준하는 견제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등 시장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무선 시장 점유율은 2015년 50%를 이탈 한 뒤 3월 현재 46.15% 까지 떨어진 상태다.
박선숙 의원 측도 "2012년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등 도입 이후 지속해서 1위 사업자의 점유율 축소가 진행돼 통신 시장에서 유효 경쟁은 이미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은 19일 법사위 심사를 통과하면 20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인가제가 지난 1991년 도입된 것을 감안하면 30년만의 폐지 논의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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