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미러리스(내부에 거울이 없는 카메라),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을 막론하고 캐논·니콘 등 일본기업 천하다.
국내 디지털카메리 시장 역시 단연 캐논과 니콘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캐논코리아(이하 캐논)와 니콘코리아(이하 니콘) 사령탑에 각각 일본인, 한국인 대표를 번갈아가며 앉힌 점은 눈에 띈다.
하지만 두 대표 모두 위기의 경계선에 서 있다. 카메라 성능이 갈수록 발전하는 스마트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더욱이 내리막길을 걷는 실적에 이어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악재를 벗어날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캐논과 니콘의 한일 대표들의 자존심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처한 상황은 동련상련이다. 캐논은 한국인 대표에서 일본인 대표로, 니콘은 설립 첫 한국인 대표를 선임하면서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두 기업 모두 실적이 같은 궤적을 그릴 땐 상관은 없다. 하지만, 경쟁구도에서 어느 한 곳이 뚜렷한 성과를 내거나 부진할 땐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캐논은 지난 2018년 4월 요시카이 슌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캐논은 2006년 설립과 함께 국내 카메라업계 최장수 CEO인 강동환 초대 대표가 13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다. 다만 매년 실적 악화에 시달리자 일본인 요시카이 슌지 대표 구원투수로 교체했다.
니콘의 사령탑 교체는 캐논과 반대다. 니콘은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사장을 선임하며 국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정해환 영업마케팅본부장을 5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일부 완화하고 한국 시장 안착과 국내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요시카이 캐논 대표와 정해환 니콘 대표가 처한 경영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갈수록 발전하며 미러리스, DSLR 중심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어 종적을 감춘 MP3처럼 되는 것이아이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문제는 깊어진 고민과 달리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실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1억2천146만대로 정점을 찍었고 2013년 절반 수준인 6천284만대, 2018년에는 1천942만대로 고꾸라졌다.
지난해에는 추락세는 지속됐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147만대를 기록했다. 2017년 기준 225만대에서 2018년 178만대에서 연간 40만대씩 급감하고 있다.
때문에 카메라 업계는 액션캠, 개인 방송용 카메라, 의료기기 카메라로 방향을 틀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법인 캐논은 3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등 하락을 면치못하고 있다. 2018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1천891억원, 영업이익은 4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2천260억원)과 영업이익(67억원) 대비 각각 16.3%, 32.8% 감소했다.
니콘 역시 시장 규모가 해다마 줄어들면서 가시밭길 행보다. 니콘은 2018년 회계연도 매출은 647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 실적(646억)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억원으로 직전 연도 17억원에 비해 상승했다.
이들 업계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울상을 감출 순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요시카이 대표와 정 대표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보급으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 한일관계 악화로 까지 시장 전체의 부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DSLR, 미러리스 등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캐논, 니콘 등은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필두로 제품의 고급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장을 카메라 제조사의 새로운 기회로 보인다"며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개선은 화소나 갯수 외에도 이미지 센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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