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한진그룹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2인자 자리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4월 조원태 회장이 부친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취임한 이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회장 자리에 있던 조 전 회장 측근이 내려오고 공석으로 남았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자신이 물러난 대한항공 사장 자리에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켰다. 그 측근이 바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다. 부회장이 없는 상황이고, 사실상 사장 자리가 현장 지휘관이 된 상황인데 특히 30여 년 대한항공서 일한 전문경영인으로 조 회장과 보조를 맞춰왔다는 점에서 우 사장은 새로운 그룹 2인자로 평가되고 있다.
우 사장이 현재의 자리에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29일이다. 그는 조 회장이 취임한 지 7개월 만에 이뤄진 첫 번째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당시 인사에서 조 전 회장의 '오른팔'이라 불리며 그동안 그룹 2인자로 평가받았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을 포함해 조 전 회장 측근들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다.
석 전 부회장은 현재 한진칼 부회장 자리에는 올라있지만 사실상 2인자를 우 사장으로 보는 이유는 대한항공이 한진그룹의 꽃으로 불리는 주력 계열사인데다 현재까지도 대한항공 부회장 자리는 공석이어서다. 또한 업계에서는 석 전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는 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즉 현업에서는 손을 뗄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우 사장은 그동안 조 회장과 보조를 맞춰왔는데, 조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경영진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정기 인사에서 대한항공 경영을 맡길 인물로 선택된 만큼 우 사장을 그룹 2인자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우 사장이 조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이유로 그가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 꼽힌다. 우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에 입사했다. 2009년에는 최연소 상무로 승진했고 미주지역본부장, 여객사업본부장 등 그룹 요직을 맡기도 했다. 2017년 대한항공 부사장,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사장에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풍부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항공업계에서 네트워크를 잘 쌓아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 사장을 두고 천재 사업가라고 칭찬한 일도 있었다.
우 사장은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해 KCGI(강성부펀드)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으로 치켜세운 인물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더해 총수일가 경영권분쟁 상황에서 우 사장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조 회장의 신임을 얻는데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조 회장은 누나인 조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이후,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도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이 고문 집에서 지난해 12월 25일에 불거진 소동이 그것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지난해 12월 30일 바로 공동 명의 사과문을 냈고, 이후 이 고문이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조 회장이 이 고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우 사장이 동석해 모자 충돌을 중재했다고 전해졌다.
또 우 사장은 조 전 회장이 건강 악화로 조 회장과 함께 미국에 머무를 당시에도 그룹 사업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조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우 사장은 보수적인 그룹에 변화를 불어넣을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은 좀 더 젊어질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바 있는데 우 사장은 1962년생으로 50대다.
우 사장은 업계에 정통한 만큼 외부에 목소리도 곧잘 내는 편이다. 지난 4월 8일 조 전 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상황을 호소하며 정부의 지원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정책토론회에서 지나친 규제가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불러왔다며 항공업계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현재 가장 중요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우 사장이 어떻게 구성원들과 갈등 없이 고통분담을 하며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느냐를 통해 그의 경영능력이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우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대한항공 특유의 단결력과 애사심이라는 '칼맨정신'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그는 회사의 자구노력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망휴직, 연차휴가 소진 등의 방법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해왔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다만 우 사장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부득이 임직원의 협조를 구하게 될 경우에도 개인의 희생은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본 원칙은 철저히 지킬 것이며 저를 포함한 전 임원이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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