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미증유의 비상경영 상황이다. 인건비를 포함한 기본 고정비 등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만난 재계 A그룹 임원은 코로나19에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위기관리로 든든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기업이라고 코로나19가 빗겨나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비상경영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 감염 방지 대책을 넘어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재계에 투자와 고용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다만, 규제의 고삐로 손발이 묶인 재계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달 22일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과 기업 애로사항, 정책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재계 5대그룹 경영진과 머리를 맞댔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장동현 SK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에는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한 '고용 유지'에 대한 협조를 누차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마른수건이라도 짜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한 근본적 해법찾기는 쉽지않아 고민이 깊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고충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모양새다. 자고 일어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불확실성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형성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초부터 사업계획 실행은 아예 '시계제로' 상태다.
재계에서는 대기업들마저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현황과 개편 방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 가운데 79.2%는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임금체계를 개편'(63.4%)했거나 '개편을 위한 노사 협의 또는 검토'(15.8%)를 진행 중이다.
응답 기업 중 최저임금 시행령과 관련이 있다고 답한 97개사는 시행령 개정이 통상임금 확대로 이어져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50.5%)거나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 등 임금체계 개편에 노조가 반대한다(18.6%)는 점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고임금인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때문에 임금체계를 개편했거나 개편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봉급 위주의 임금체계에서 생산성에 기반한 직무·직능급 위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활력 제고 등 근본적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경제 활성화 입법과제도 수두룩하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근본적 경제 대책들도 고민해야 할 시기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게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경제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경제 활성화 방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우선 꼽을 수 있다. 한국은 현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로 3.3%포인트 인상,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활력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2%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B그룹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인건비와 세금, 규제의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도입한 만큼 21대 국회에 소득주도성장 논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우려했다.
C그룹 관계자는 "경제를 살려야한다는데 이견이 있을수 없지만, 다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투자와 고용 확대 문제는 현실상 고민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상반기 사업은 예측불가 안갯속"이라고 토로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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