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쿠팡이 지난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지만 '한국의 아마존'으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적자는 전년 대비 36% 줄였지만 누적적자가 여전히 3조 원을 넘는 데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을 통해 수익을 얻는 아마존과 달리 아직까지 수익 구조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1천530억 원, 영업손실 7천20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4.2% 늘었고, 영업손실은 4천억 원 이상 줄였다.
당초 쿠팡은 지난해 더욱 큰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손실 악화에도 '투자 드라이브'를 걸어와서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에도 로켓배송 가능 지역 확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추가 인력 채용으로 4천억 원이 넘는 인건비가 더 지출됐다. 또 대구에 오는 2021년까지 3천200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해 자금 유출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새벽배송·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가전·신선식품 등의 카테고리가 고속 성장한 덕분"이라며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 투자비용 이상의 매출 성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속 성장에도 의문…"'로켓배송' 만으로 적자폭 축소 어려워"
일단 업계는 쿠팡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이로 인한 거래액 증가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지속적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소비 확산세에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이커머스 사업만으로는 '흑자전환'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이커머스 수익만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135조 원을 넘어서는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을 13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직매입 판매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쿠팡의 사업구조상 최대 10조 원 안팎의 거래액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현재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키우거나, 배송비 등 고정비용을 극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이상 이커머스 사업만으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시장 예상을 깨고 적자 개선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고 물류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도 "다만 아직 '흑자전환' 등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미 큰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이 단기간에 규모를 2배 키우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의 이번 실적 발표는 적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는 것에선 의미가 있지만, 적자를 어떻게 줄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어 여러 의문점들이 많다"며 "쿠팡이 아마존처럼 확실한 수익 기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적자를 대폭 줄였다고 해도 안심하긴 이른 실적"이라고 밝혔다.
◆직매입 비중 축소 필요…당분간 오픈마켓 강화해야
쿠팡의 이 같은 실적을 두고 업계는 오픈마켓의 비중을 확대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또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당분간 오픈마켓 사업을 강화해야 적자 폭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오픈마켓은 플랫폼을 단순 중개용으로 활용해 수수료를 올리는 시스템이다. 원가가 없는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실제 이커머스 업계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도 오픈마켓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위메프, 티몬 등도 오픈마켓 비중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론칭을 앞둔 '롯데온'도 오픈마켓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도 지난해 자사 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를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판매자 수를 전년 대비 110% 키워냈으며,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올린 수수료 매출도 1조700억 원 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매출원가율도 이 같은 업계의 예상을 뒷받침한다. 쿠팡은 지난 2018년 매출원가율 95.3%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를 83.5%까지 끌어내렸다. 물류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배송 건당 비용 감축 등 효과도 있었겠지만 매출이 그대로 수익이 되는 오픈마켓 수수료의 영향이 더욱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아직 배송을 할수록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사업모델"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로켓배송을 통해 유입된 고객을 오픈마켓 상품 구매로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감내하며 투자를 이어가려면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픈마켓이 쿠팡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 투자 지속 이어가야…페이 등 사업 다변화도 필요
업계는 쿠팡이 수익성 개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물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바라봤다. 꾸준한 로켓배송 센터 건립, 새벽배송 증가로 인한 객단가 증가에서 물류 적자폭이 개선됐지만, 배송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 특유의 편리함을 느꼈고, 이는 더 많은 주문량을 불러와 인건비 가중을 불러올 것"이라며 "물류로 손실을 입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규모의 경제' 구축을 위한 지속적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업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력을 갖춘 롯데,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의 참전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적자'를 어느 정도 메꿀 수 있는 자체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쿠팡의 광고 사업과 최근 분사한 '쿠팡페이'가 사업 다변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는 규모로 성장한 만큼 판매자에게 광고에 대한 메리트가 주어진 상태인데다 이미 '쿠페이'로 1천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 '퀀텀점프'를 다시 한 번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쿠팡의 '현재'가 가진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광고, 쿠팡페이 등 현재 첫 삽을 뗀 사업을 성공시킴은 물론, 이커머스 영역을 벗어나는 분야에서도 쿠팡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외형성장 및 손실폭 축소가 진정한 '쿠팡시대'가 도래했다는 관측은 섣부른 것"이라며 "쿠팡은 아직도 '가능성'을 보이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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