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넷플릭스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국내 통신사 간 망 사용료 관련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내 캐시서버 설치 등 '오픈커넥트(Open Connect)'를 통해 ISP와 소비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ISP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망 증설 부담이 커짐에 따라 함께 비용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쪽 갈등을 망 사용료 분담을 둘러싼 사업자간 문제로 바라본다. 이같은 갈등이 야기하는 망중립성의 적용여부, 상호접속고시 기준 국내외 콘텐츠업체(CP) 역차별 이슈 역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또는 망을 활용하는 최종 이용자는 결국 소비자로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 측면에서도 이같은 갈등 해소의 해답 찾기가 필요하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인터넷 서비스 특성상 ISP에 망 이용에 따른 요금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ISP가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양쪽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소위 통신사의 욕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넷플릭스 콘텐츠 덕에 ISP도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매출 상승을 견인할 수 있어 생태계 측면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한 망 사용료 요구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부담이 결국 구독료 상승을 통해 이용자 피해로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이 같은 관점에도 논란은 있지만, 이 역시도 현재 넷플릭스가 전송시키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트래픽을 ISP가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EU에서는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에 스트리밍 품질을 낮출 것을 권고하는 등 당장 망 품질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고 OTT 등 동영상 이용이 늘면서 관련 트래픽이 급증, 기존 인프라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국내의 경우는 지난 3월 인터넷 트래픽이 1월 대비 13% 증가, ISP 보유한 용량의 45~60%대에 그쳐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네트워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국내 역시 실상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넷플릭스 품질 저하 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면서 관련 망 증설 등이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KT는 올들어 지난 3월에도 넷플릭스와 관련된 해외 망을 증설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늘어나는 트래픽 속도가 망 증설 속도를 추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같은 트래픽 폭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콘텐츠를 따로 보관하는 캐시서버, 이른바 '오픈커넥트'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세계 특정 구역에 거점(인터넷 상호접속점)을 마련하고 각 국에 설치한 OCA(캐시시버)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제망에 국한된 솔루션일 뿐 결국 캐시서버에서 최종 이용자까지 전송되는 경로는 국내 ISP 망이라는 점에서 망 증설 외 근본적인 대책은 안된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이 날로 급증하면서 국내 ISP가 이에 필요한 망을 증설하고 관련 비용으로 망 사용료를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네트워크 장비공급업체 샌드바인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인터넷 트래픽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사업자는 넷플릭스로 전세계 트래픽의 15% 수준에 달한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만 보면 전체의 26.6%가 넷플릭스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동영상 이용률은 1년새 2배 가량 늘어 전체의 28.6%, 3위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 같은 트래픽 증가세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결국 '이용자 차별'을 불러 올 것으로 우려한다. 유례 없는 '트래픽 독점 사업자' 등장으로 다수의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서비스 이용자 역시 정당한 망 대가를 지불하고 쓰는 소비자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트래픽이 눌렸다'고 표현한다. 넷플릭스 트래픽이 타 서비스의 트래픽 통로에 압력을 가해 잘 통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과거 3G 시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장으로 소수의 대량 이용자, 즉 헤비 유저들 탓에 일반 사용자가 피해를 받은 것과 유사하다.
이용자 관점에서 최근의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논란은 결국 이용자 차별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품질에 따라 차등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높은 트래픽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익이 다르다. 사업자간 '망사용료' 문제 해결은 관점을 달리하면 결국 인터넷 생태계와 상생을 위한 대안이 될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망사용료' 개념 역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생태계나 상생을 목적으로 '망트래픽 분담비'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트래픽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차원이다. 대신 ISP 역시 넷플릭스 등 대형 CP가 내는 '망트래픽 분담비'를 온전히 망 고도화에 쓰고 있다는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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