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배달의민족이 정치권 등 압박과 논란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1일 변경된 건당 5.8% 정률제 수수료 체계를 백지화, 기존 방식이던 월 8만8만원짜리 정액제로 되돌리기로 했다.
당초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체계 변경에 따른 논란이 커지자 시행 전후를 비교하는 데이터를 추출, 공개 검증받고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독점 횡포'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나선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M&A) 기업결합 심사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결국 이의 전면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이 새 수수료 제도를 철회하면서 한번 불거진 반발 여론이 잠잠해질 지는 미지수. 더욱이 기존 정액제 형태에서 광고를 대량 주문, 독식하는 '깃발꽂기' 문제가 다시 성행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아한형제들이 향후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 할 여지도 있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10일 사과문을 내고 "1일 도입한 정률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기술적 역량을 총 동원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로 저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 변화는 입점 업주들과 상시 소통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오픈서비스 체계 내에 성사된 음식 주문에는 건당 5.8% 수수료를 적용했다. 기존 주력 상품인 월 8만8000원 정액제 '울트라콜'이 하단으로 밀리면서 배민 입점 업체 약 14만곳 중 10만곳이 오픈 서비스에 가입했다. 오픈리스트 상위에 노출되는 광고는 거리, 재주문이 많은 순 등으로 노출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일부 업체들이 1천만원으로 광고를 200개씩 대량 주문해 독식하는 소위 '깃발꽂기' 폐단을 막기 위해 요금 체계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입점한 음식점주들은 '꼼수'라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많이 벌수록 더 내야는 정률제가 정액제보다 부담이 된다"며 "소상공인들은 독점앱에 종속돼 이제는 불만도 제기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릴 것이고, 소비자 가격 인상도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월 매출 1천만원 업체는 울트라콜을 3~4건 이용하던 정액제 시절 26만~35만원을 내면 됐는데, 정률제로 바뀌면 58만원을 내게 된다는 것. 월 매출 3천만원 업체는 174만원을 내는 것으로 추산했다.
영세 사업자 등 입점 업체들 반발이 거세지면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이에 가세, 우아한형제들을 겨냥한 독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우아한형제들의 수수료 체계를 문제삼고, 아예 공공 배달 앱 개발까지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내거는 등 파장이 커진 것.
공정위도 배달의민족 M&A 심사에 개편수수료, 정보독점을 집중조사하겠다며 압박하고 나서자 결국 배달의민족이 새 수수료 체계 철회 등 물러선 형국이다.
◆논란은 현재진행형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원상복구 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 될 지는 미지수다.
배달의민족 측은 오픈서비스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전주 동기와 비교 분석해 보면, 오픈서비스 요금제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와 줄어드는 업주와 비율은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픈 서비스 철회에 반발할 업주도 있다는 얘기다.
깃발꽂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업주들과 소통 기구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 관계부처와 각계 전문가의 의견도 수렴하는 과정에서 깃발꽂기 해결책도 찾을 예정이다. 정치권이 이번처럼 개입하면 시장 경제 원리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입점 업체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점에서 비판할 소지가 있지만, 요금제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일방적 여론몰이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소통이 부족했던 건 잘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요금제를 철회한 건 좋은 선례가 될 수 없다"며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기업을 독과점 횡포 식으로 몰면 국내에서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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