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공장이 잇따라 ‘셧다운’ 된 가운데 수출물량 감소로 국내공장도 멈춰 세우는 이중고에 빠졌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은 13∼17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총선일(15일)이 임시공휴일인 점을 감안하면 나흘간의 휴업이다. 울산5공장에서 생산되는 투싼은 주로 미주와 중동 등으로 수출되는데, 해당 지역의 판매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출물양이 줄어든 탓이다.
울산5공장에 앞서 기아차 모닝을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가 지난 6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동희오토에서 생산되는 경차의 75%가량은 유럽으로 수출되는데 현지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동희오토가 가동을 중단하자 이 공장에 엔진과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위아 평택공장과 현대모비스 서산공장도 공장가동을 멈춰야 했다.
유럽에서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지난 6일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다른 공장들은 생산재개 시점을 낙관하기 어렵다. 오는 14일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인 현대차 체코 공장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 터키 공장의 재가동 시점도 아직 미정인 상태다. 공장이 재가동되더라도 유럽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판매량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생산물량감소와 수요부진이 겹치면서 국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종의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12.5% 감소하면서 국내 주요 산업 가운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의 위기는 부품업계 등 협력사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내 부품업계는 완성차 공장들의 셧다운에 따라 부품을 평소처럼 납품하지 못하게 됐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면서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특히 2~3차 부품 협력사들 가운데 운영자금이 충분하지 못한 기업은 더 큰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산업연합회를 비롯해 자동차 업계는 정부에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긴급지원을 요청하며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32조8천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기업어음 국책금융기관 매입(7조2천억원) ▲신용보증기금의 P-CBO 매입 규모 확대(1조원 이상) ▲금융기관의 만기 연장(2조4천억원) ▲완성차·자동차 관련 유동성 공급 지원(7조원) ▲자동차 수출 금융 지원정책 마련(15조2천억원) 등에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폭증에 따른 생산 극대화를 위해 노동 규제 적용 한시적 배제, 기업경쟁력 확보 지원, 환경규제 한시적 완화, 외국인투자기업 지방세 감면과 현금 지원 등도 요구했다. 특히 ‘재난극복을 위한 특별노동조치법(가칭)’ 제정을 통해 노동규제의 한시적 적용 배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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