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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산重 경영 정상화 첩경은 오너家의 자양분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부 고위공직자들도 경제가 어렵다고 임금 반납에 나서는데 경영진은 뭐하고 있습니까?"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진행된 두산중공업 57기 정기 주주총회는 주주들의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지난 27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기로 결정이 나면서 주주 및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주주들은 경영진의 잘못으로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식을 보유한 한 직원은 "2000년에는 경영진과 현장직 임금이 2배였지만, 지금은 8배가 넘는다"며 "현장은 복지를 축소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있는데, 경영진의 임금을 더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의도치 않게 2019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으로 경영진의 임금이 공개됐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5억4천만원을 수령했다. 물론 2018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봉이 동결됐지만,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임원 보수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박정원 두산 회장은 지난해 상여금까지 수령했다. 박정원 회장은 급여 24억8천800만원, 상여 6억700만원, 기타근로소득 300만원 등 총 31억원 가량을 지급받았다. 그룹 회장이자 두산중공업의 모회사인 (주)두산 최고경영진으로서 과연 제대로 된 보수 측정인지 의문스럽다.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에 처한 배경에는 세계 발전시장 침체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수주가 급감한 데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서 만기도래 채권 등 리볼빙 이슈까지 터졌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경영진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실패와 부실계열사 두산건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 때문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전체 매출의 60% 가량이 발전부문(원전·석탄 등 발전설비 제작)이다. 또한 매출의 70%가 해외시장에서 창출된다.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해외 원전과 석탄발전 사업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하지만 세계 발전시장은 저유가 기조로 인한 중동발 수주 감소와 전세계 환경규제 강화로 다운사이클에 접어든 상태다. 이 때문에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으로만 몰아갈 수도 없는 이유다.

더욱이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에 무려 1조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미래사업 투자와 포트폴리오 전환에 사용할 실탄을 허비했다. 2013년 3천900억원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4천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5천700억원 열회수보일러 사업출자, 지난해 3천억원 두산건설 유상증자 참여 등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을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가 오히려 적기만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의 1조원 규모 공적자금지원에 대한 자구안에 두산건설 매각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혈세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오너일가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와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너일가 32명이 채권단에 (주)두산 주식 361만주를 담보로 내놓았지만, 해당 지분가치는 123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1조원의 국민 혈세를 수혈 받는 두산그룹 오너의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두산 오너일가가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에 자양분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사재출연과 급여삭감 등의 책임을 지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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