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캐스팅보트’로 꼽히던 주주들이 조 회장을 지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의 ‘조원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 26층 대강당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출석 주주 참석률은 84.93%로 집계됐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이다. 이사 선임 안건에는 한진칼 이사회와 3자 주주연합(조현아·KCGI·반도)이 각각 후보 추천을 했다.
결과는 조 회장의 완승이다. 이사 선임 안건은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56.67%%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하은용 한진칼 부사장(CFO)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56.95%의 찬성표를 받으며 가결됐다.
반면 3자 연합이 추천한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김 전 회장과 배 전 부사장의 이사 선임 찬성률은 각각 47.88%, 43.26%에 그쳤다.
주총 개최 전부터 조 회장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번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이 32.4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및 특별관계자의 지분율 22.45%에 ‘백기사’ 델타항공(10.00%)의 지분을 더한 결과다.
3자 연합이 확보한 지분율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5% 등 총 28.78%에 그쳤다. 반도 측 지분율은 당초 8.20%였지만 법원이 의결권 행사 지분을 5%로 제한하면서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3.67%p로 벌어졌다.
또한 대한항공 사우회 등(3.8%)을 비롯해 카카오(약 1%), GS칼텍스(0.25%), 한일시멘트(0.39%), 경동제약(0.02%) 등도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면서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10%p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여기에 전날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조 회장이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5명이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3자 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인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부동산학부 교술,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경영권 위협을 넘긴 조 회장은 ‘조원태 체제’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경영권 방어를 위한 준비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개회할 예정이었지만 3시간 이상 늦게 시작돼 4시간가량 진행됐다. 주총 현장도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달려 있던 만큼 각종 고성이 오가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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