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쇄신안을 꺼낸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정부에서 계속 외면 받고 있다.
전경련 패싱(무시)의 기간 동안 과거 재계를 대표해 정치권을 상대로 할 말은 해 온 기능은 사라진지 오래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경유착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기업들과 회동이 있을 때마다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를 파트너로 삼아오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정농단 집단으로 지목돼 후임 회장을 찾지 못하자 지난해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5번째 맡고 있다. 허 회장은 2년 임기의 회장직을 한번 더 맡아 2021년까지 전경련을 이끌게 된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임직원 수는 40% 넘게 줄었다. 회원사들이 우후죽순 이탈하면서 전경련의 고난이 시작됐다. LG를 시작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이 순차적으로 전경련을 탈퇴하자 위상은 급속도로 낮아졌다.
재계 일각에선 경제단체에 대한 정부의 압박 정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책임자들은 전경련을 떠난 지 오래인데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전경련에 여전히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확실히 묻고 벌할 사람이 있으면 벌해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조직한 민간 법인"이라며 "정부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민간단체에 대해 정부가 4년여 동안 노골적으로 질타하거나 존립을 위협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전경련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이지만 해외 민간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협력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응책 강구에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전경련이 초청받지 못했다.
당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는 경제주체 대표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주경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허 회장은 새 정부 들어 전경련 회장으로서 대통령 해외 순방 등 정부 행사에 참여한 적은 없다. 문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는 참여했지만 이때는 전경련 회장 자격이 아니라 GS그룹 회장 자격의 동행했다.
때문에 지난 2017년 3월24일 전경련은 쇄신안을 꺼내고 환골탈태에 버금가는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직 축소를 위해 기존 7본부 체제를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바꿨다. 임직원의 수는 절반 넘게 줄었으며 남아있는 직원의 월급도 30% 삭감했다. 창립이래 중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던 회장단회의도 폐지했다.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 회장은 현 정부 들어 재계 소통창구로서의 입지를 상실해 대화 파트너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위상 약화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에 모두가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낙인 효과에 의한 배제는 적절치 않다"며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적폐로 낙인 찍히면서 청와대 공식 행사 초청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왔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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