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약국·우체국 등 '공적판매처'에 마스크를 집중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밝힌 지 일주일이 지났다. 마스크 구매 자체는 어느 정도 수월해졌지만, 공급량·공급시점·공급물품 등의 문제로 시장 혼란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공급 비교적 원활하지만…소비자는 여전히 '마스크 찾아 삼만리'
6일 오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강남역으로 향했다. 지난 28일 공적판매제도 도입 후 1주일만으로, 당시에는 10여 곳의 약국을 한 시간 반 동안 거리를 돌아다니고 나서야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또 이날의 구매 목표는 '공적판매 마스크'로, 일부 약국이 사비를 들여 구비해 둔 마스크는 구매 대상에서 제외했다.
첫 번째 들어선 약국은 1주일 전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매대가 텅 비어 있었다. 문 앞에는 '공적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만 손 세정제나 면 마스크는 구비돼 있었다.
이 약국의 약사 A 씨(37·여)는 "공적판매 마스크가 아침 일찍 들어왔는데 40분 만에 모두 팔렸다"며 "3월 초를 전후해 매일 100여 장의 물량이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 들어오고 나서 팔려나가 손님들이 헛걸음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인근 약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적판매 마스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한 곳도 있었고, 들어온 약국들도 대부분 품절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공급되는 시간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으며, 공급 물량도 100장에서 250장 정도로 다양했다.
한 약국 앞에서 만난 소비자 B 씨(50·남)는 "어제 몇 군데를 돌아다닌 후 이곳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 성공해 또다시 찾아왔지만, 오늘은 이미 동났다고 한다"며 "입고 시간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니, 매일같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돌아다녀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30분 만에 운좋게 마스크 구매 성공…일부 유통업자 '폭리' 움직임도
다섯 군데의 약국을 돌아다니고 나서 처음으로 공적판매 마스크 재고가 남아 있는 약국을 찾을 수 있었다. 구매 도전 30분 만이다. 이곳의 물량은 어느 정도 넉넉해 보였고, 가격은 1천500원으로 정부가 밝힌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개개인의 휴대전화 번호 등을 적는 등 '1인 2매' 구매를 위한 명단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마스크를 구매하는 10여 분의 짧은 시간 동안 20여 명의 소비자가 연이어 약국으로 들이닥쳤고, 이 약국이 구비하고 있는 공적판매 마스크 200매도 금세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대리 구매가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모습을 보여 정책 홍보가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이 약국의 약사 C 씨(35·남)는 "오늘 물량이 방금 들어왔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시는지 들어오면 거의 1시간 안에 모든 물량이 소진된다고 보면 된다"며 "3월 이후로 공적판매 마스크 공급에 차질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공적판매 마스크 수량이 80%로 정해지고, 남은 20%의 마스크만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서 일부 유통업자가 폭리를 취하려는 행위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C 씨에 따르면, 그가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해 단골손님에게 판매하고 있던 이 약국은 지난주에 비해 상품 가격이 500원 정도 올랐다.
C 씨는 "시중에 풀린 물량이 절대적으로 적어져서 그런지, 이번 주부터 유통업자들이 공급 가격을 500원 정도 올렸다"며 "단골손님들께 판매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구비한 만큼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있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1인 2매' 구매원칙 잘 지켜져…정책 대한 반응은 '글쎄요'
정부는 다음 주부터 시행되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이날부터 주말까지 1인당 공적판매 마스크 구매 수량을 2매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근 다른 약국에 들러 전산 조회를 요청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전산에 입력하는 짧은 시간을 거치자 이전에 들른 약국에서 공적판매 마스크를 구매한 것이 확인됐다. 이 약국의 약사 D 씨(30·남)는 약국 통합 전산망이 구축돼 있는 만큼 인근 약국을 돌며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시행하는 마스크 공급 정책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반 유통업자들이 물량을 대량으로 빼돌려 폭리를 취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지만, 공급 시간과 물량 등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D 씨는 "내일 공적판매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에 대한 문의가 하루에도 100번은 들어오는 것 같지만, 아무 것도 알려줄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1인당 2매로 구매 수량을 제한한 만큼 각 약국에도 물량이 언제쯤 들어온다고 공지해 준다면 더욱 수월하게 공급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개인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정책 시행 이전 대비 마스크 품귀현상이 그나마 안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고품질 마스크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특히 매일 단일 사이즈의 물량만 공급되고 있어, 다양한 크기의 상품이 필요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D 씨는 "지금 공급되는 공적판매 마스크는 오늘은 큰 사이즈 100장이 들어오고, 내일은 작은 사이즈 100장이 들어오는 등 '무작위'에 가깝게 공급되고 있다"며 "보통 사이즈 이상의 물량이 들어오면 다행이지만, 작은 사이즈가 들어온 날 우리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해 가는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얼굴에 맞지 않는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KF94 등급 마스크가 아니라 덴탈 마스크 같은 물량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물량 공급은 원활히 이뤄지는 편이지만, 구매 선택권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열고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마스크 공적판매 물량의 주간 구매 한도는 1인당 2매로 제한되며, 다음 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가 시행된다. 또 공적판매처를 통해 판매되는 마스크 의무공급 비율은 80%로 확대되며, 해외수출 등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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