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지분 싸움'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건데, 소액주주들은 답답할 뿐이죠. 최대한 면면을 살펴보고, 한쪽에 힘을 실어줄 계획입니다."
5일 한진칼 소액주주연대 황은상·백승엽 공동대표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에만 집중하면서 결국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 5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한진칼 소액주주연대 모임'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의결권 취합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5% 내외로 한진칼 내 소액주주 모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최근 조 회장 측과 주주연합이 잇따라 지분을 사들이며, '쩐의 전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조 회장 측은 36.43%, 주주연합은 37.63%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지분은 조 회장 측 33.45%, 주주연합 31.98%로 지분율 격차는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26일 한진칼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 사들인 지분에 대해서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액주주의 '표심'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모임은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한쪽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기업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한진칼 소액주주연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소액주주연대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지난해 7월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모임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당시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면서 조 회장의 '백기사'가 아니냐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로 인해 공매도가 급격하게 늘어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주주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로 더 시끄러운데, 의결권을 취합해 함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의결권은 어느 정도 취합됐나
"모인 주주가 500명 정도 되는데, 현재까지 취합된 건 지분율 1% 이상이다. 계속해서 취합이 이뤄지고 있어 주총 전까지 1.5%가량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해 주주들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합종연횡하면서 결국 경영권 다툼이 된 것 같다. 회사의 온전한 가치를 성장시키기보다 지분 싸움으로 번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 단기 투자가 아닌 장기 투자를 생각으로 들어간 만큼 더욱 걱정되는 부분이다."
-양측 모두 이사회 강화를 골자로 이사 후보 선임과 정관변경 안건을 제시했는데
"주주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결국 '내 사람' 앉히기에 불과해 독립성을 갖출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특히 한진칼 이사회에서 내부 인사를 이사로 추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경영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 그나마 주주연합 측이 추천한 이사진들이 한진칼보다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전자투표제를 두고도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전자투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액주주라면 누구나 찬성할 것이다.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진칼에서 이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소액주주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게 아닌가. 소액주주의 '표심'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참여 기회를 막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액주주연대가 주주연합 쪽으로 기울었다고 봐도 되나
"그건 아니다. 주주들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불신이 있는데, 주주연합 쪽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다. KCGI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하지만, 가능할지 의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지금은 뒤로 빠져있다가 몇 년 뒤에는 결국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조원태 vs 주주연합'에서 어느 정도 노선을 정할 때인 것 같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솔직히 양측 다 확실하게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없다. 실제 주주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는데, 이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좀 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법적 절차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주총 일주일 전에는 의결권 취합을 마무리하고, 노선을 정하지 않을까 싶다.
조 회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경영에서 미덥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만 해도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냐. 또한 주주친화정책을 펼친다 했지만 이번에도 배당은 주당 255원에 그쳤다. 주총이 다가오니 유휴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한다고 했지만, 그동안에 실질적으로 보여준 게 없다.
주주연합의 경우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에는 한진가(家)의 경영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최근 한진칼 공매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주주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세력이 KCGI 쪽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과 주주연합이 소액주주와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없는가
"이미 한쪽과는 만나기로 한 상태다. 시장에서 나오는 비판과 주주들의 불만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고 한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회사의 발전을 위한 개선책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
-임시주총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12월 26일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 사들인 지분까지 포함해서 따로 의결권을 취합하고 있다. 양측의 싸움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주들 역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주주로서 조 회장이나 주주연합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자 양측이 재무구조 개선, 이사회 강화 등의 내용을 들고나왔는데, 그동안은 뭘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경영권 분쟁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기업을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고, 그걸 위해 싸웠으면 좋겠다. 이번 주총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가져간다 해도 임시주총이 있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주주의 힘을 얻은 쪽이 승리하고,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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