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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마트 배송기사, 처우개선·코로나19 대책 마련 촉구


매출에만 혈안인 대형마트 행태 규탄…"노동부도 관리·감독 역할 해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온라인 배송 주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대형마트 사측은 노동량 증가에 신음하는 배송기사들에게 어떤 관심도 없습니다. 정말 누구 하나 코로나19나 과로로 쓰러져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장교빌딩 앞에서 만난 이수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 준비위원은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기사들과 특수고용관계인 것을 악용해 과도한 업무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준비위원은 "밤 10시, 11시까지 근무하고 집에 가는 격무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지만, 본사 사람들은 수고한다는 한 마디도 없다"며 "고용 형태가 달라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인데, 인간적 배려조차 전혀 없는 모습에 서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준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3사와 고용노동부에게 온라인 배송기사들에 대한 코로나19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현재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홈플러스 배송기사들은 물론 SSG닷컴, 롯데마트 배송기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통합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준비에 들어간다. [사진=이현석기자]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준비에 들어간다. [사진=이현석기자]

◆"주문 급증 속 추가 인력 충원도 없는 상황…한계로 몰리고 있어"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매출 급증은 현장 직원들의 근무 강도를 급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매장에서 물건을 담는 '피커'들이 늘어난 주문 건과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업무 지연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배송출발시간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배송기사들의 노동 가중으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위원회는 최근 배송 현장에서는 매일 오후 6시에 출발해야 할 마지막 배송이 10시에 시작되는 등 업무 지연이 이어지고 있고, 배송기사들은 결국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배송하는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준비위원은 "배송기사들은 평소에도 하루 12시간씩 배송을 해 왔지만, 최근에는 1~2시간 추가 노동을 이어가는 등 극한 상황에 몰려 있다"며 "장시간 노동과 배송 건수 증가, 한 건당 주문량도 늘어나 고된 육체노동에 당장에라도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코로나19보다 과로로 먼저 쓰러지겠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비위원회 관계자가 규탄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준비위원회 관계자가 규탄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가구당 배송비'로 저가 노동 이어져…안전 문제 속 고객 홀대까지"

배송기사들은 현재 대형마트들이 배송기사들의 운임을 책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는 가구당 배송물의 중량 제한 등을 두지 않고 있으며, 한 가구에 몇 개의 상품이 배송되는지와 무관하게 '가구별 배송비'를 지급하고 있다.

준비위원회는 홈플러스 배송비 규정상 이 '가구별' 주문량에는 기존 주문 시 빠뜨린 상품을 추가하는 '합배송' 물량도 포함돼 있어, 한 가구에 수십 개의 상품이 배송된다 하더라도 무조건 한 건으로 계산해 매우 낮은 배송비만을 지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이들은 코로나19의 확산 속 대형마트가 배송기사들에게 지원하는 방역물품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안전 위험성이 높으며, 고객들이 대면 배송을 꺼리는 상황 속에서 가구당 배송 속도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어 배송기사들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 등 배송기사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배송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대형마트 사측에서는 이에 대한 어떤 선제적 조치도 없이 신속·정확한 배송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준비위원회는 대형마트 사측이 수량과 관계없이 가구당 1건의 배송비를 책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준비위원회는 대형마트 사측이 수량과 관계없이 가구당 1건의 배송비를 책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최준동 준비위원은 "배송기사의 안전조치라고 해 봐야 마스크 착용 및 손 세정제 사용 정도인데,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사측은 이 같은 간단한 조치마저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면하는 배송기사의 업무 위험성을 고려하면 이는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 대형마트가 휴점을 하거나 배송기사가 격리대상이 되면 개인사업자인 배송기사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처우개선·인력충원 등 강하게 요구…노동부도 관리·감독 역할 강화해야"

준비위원회는 이날 회견을 통해 배송기사들에 대한 코로나19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사측에 촉구하는 한편, 노동부도 유관 기관으로써 취해야 할 행정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회견 이후 ▲인력 충원 ▲중량물 기준 마련 ▲마스크·손세정제 매일 지급 ▲대면 배송 최소화 ▲연장·휴일수당 지급 ▲격리·마트 휴점 시 배송기사 생계비 보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서울지방노동청에 전달했다.

준비위원회는 이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사측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이날 주축을 이룬 홈플러스를 넘어 SSG닷컴, 롯데마트, 쿠팡 등 주요 온라인 배송업체 산하 배송기사들과 연대를 이뤄 통합 노조를 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 과정에서 마트노조 산하 대형마트 직영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도 시작활 예정이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배송기사들이 안전해야 고객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대형마트 사측은 알아야 한다"며 "배송기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과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고용노동부는 위험에 노출된 채 장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대형마트들에 대한 즉각적 관리·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견 참가 노동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회견 참가 노동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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