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40여일이 갓 지났는데 벌써부터 실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동안 견고한 상승곡선을 이어오던 기업은행의 성장세가 지난해 4년만에 꺾인 것으로 나타나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임명·출근 과정에서 '함량미달 은행장'이라는 비야냥을 들었던 윤 행장의 입장에서는 결국 실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거세지고 또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힘겨운 2020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7bp(0.07%p) 떨어진 영향이 컸다. 국책은행으로서 예대율 규제 등의 정부 규제에서 제외됐고, 중소기업금융채권 조달 등의 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수준으로 NIM이 하락하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은행의 하반기 NIM이 시중은행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강점으로 여겨지던 금리 하락기에서도 낮은 NIM 낙폭, 이자이익 방어여력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올해에도 은행업의 환경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도 점쳐지는 데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너도나도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중기·소호 대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코리보(KORIBOR) 금리에 연동되는 기업대출 비중이 높아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악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코리보 3개월물 금리는 지난해 초 1.87%에서 계속 낮아져 현재 1.4%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올해 부임한 윤 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김도진 전 행장까지 3번 연속 내부 출신 인사가 수장을 맡아 그동안 착실하게 성장을 이끌어 왔다.
은행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 윤 행장이 선임되면서 한때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취임식을 마쳤다. 이에 따라 윤 행장은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일단 윤 행장 체제의 기업은행은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대신,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 고유 업무에 주력한다면 기업은행 이익의 안정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2008년 윤용로 행장 시절과 같이 시중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 등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해 적정금리로 제공한다면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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