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검은 인(燐), 흑린에서 새로운 종류의 반도체가 발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흑린에서 '유사스핀 반도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4일 새벽(한국시각)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발표됐다.
'유사스핀'이란 '스핀'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는 뜻이다. 전자공학은 전자의 '전하'를 제어하는 '일렉트로닉스'에서 전자의 '스핀'을 제어하는 '스핀트로닉스'로 발전해 왔다. 유사스핀 반도체의 발견은 '유사스핀트로닉스'라는 또다른 길을 보여주는 성과다.
유사스핀은 두 개의 부분격자를 갖는 특수한 구조의 물질에만 나타나는 전자의 새로운 성질이다. 물질의 구성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경우 유사스핀이라는 전자의 새로운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만약 유사스핀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거나, 그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소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까지 그러한 물질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흑린을 통해 물질의 벌집구조에 특정 방향으로 주름이 생길 경우 유사스핀이 그 방향으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사스핀이 정렬되어 제어할 수 있는 물질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흑린(black phosphorus)은 성냥머리에 사용하는 적린(red phosphorus)과 폭약에 사용하는 백린(white phosphorus)과 달리 매우 안정된 물질이다.
연구팀은 주름진 벌집구조를 갖는 흑린에서 유사스핀의 방향을 측정한 결과, 95% 이상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같은 정렬현상은 상온에서 안정적이며, 흑린의 두께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유사스핀 측정을 위한 실험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했다.
김근수 교수는 "유사스핀 반도체는 자성 반도체의 유사스핀 버전"이라며, "자성반도체의 발견이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개척한 사례에 비춰 볼 때 유사스핀 반도체의 발견은 ‘유사스핀트로닉스’라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신생 분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유사스핀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로 유사스핀 반도체를 이용한 유사스핀 거대자기저항효과 발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명 : Black phosphorus as a bipolar pseudospin semiconductor (Nature Materials)
◇저자 : 김근수 교수 (교신저자 / 연세대학교), 정성원 박사 (공동 제1저자 / 연세대학교, 英 다이아몬드 방사광가속기연구소), 류세희 연구원 (공동 제1저자 / 연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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