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미·중 무역분쟁에 한숨돌린 국내 산업계가 중국에서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는 물론 항공업계·면세점·여행업계까지 '우한폐렴 포비아(공포증)'로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걱정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우한폐렴 확산에 따라 기업들도 속속 비상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중국 현지 직원을 국내로 복귀시키는가 하면 구내식당 사용을 비롯한 단체모임 자체를 금지시켰다.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기차아, LG디스플레이 등은 현지 주재 직원들을 귀국시키거나 출장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우한 지역에 공장이 있는 SK종합화학은 현지 주재원을 모두 귀국시키고 출장 금지령을 내렸다. 현지 임직원에게는 마스크와 응급 키트를 제공하고 조회 등 단체활동도 제한했다. 포스코도 현지 출장을 중단했고 이 밖의 지역으로도 현업 부서 자체 판단으로 출장을 자제하고 있다.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 현지 거점을 둔 기업들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톈진과 시안 등에 있는 공장으로 출장을 자제토록 했다. 장쑤성 옌청에 기아차 합작법인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의 향후 상황 전개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LG전자는 이달 중순부터 이번 폐렴 사태의 근원지인 우한 지역 출장을 제한해 왔지만, 사태가 번지자 중국 전역으로 출장 제한 지역을 넓혔다. 또 중국의 본사 역할을 하는 베이징(北京) 법인 등에 있는 기존 출장자도 서둘러 국내로 복귀시킨다는 방침이다. 광저우(廣州) 공장 본격 양산을 준비 중인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방문할 때와 방문 전후에 문자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감염 예방 행동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예매한 승객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앞서 27일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저성장 기조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설상가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28일 현재 2천800명, 사망자가 81명을 넘어서면서 후베이성 우한시와 우한시 인근 도시가 봉쇄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사스 이후로 달라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1%에 머물렀다. 지난 2년간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수출도 타격을 입었다.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소비가 중요한 상황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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