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장례식 초례에 모처럼 가족들이 다 모였다. 여러 일들로 서로 얼굴을 붉혔던 30여 명의 가족들이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모두 모여 장례식 초례를 진행한 것.
롯데지주는 지난 19일 저녁 8시 신 명예회장 가족들이 장례식 초례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20일 공개했다.
장례식 초례는 장례를 시작하고 고인을 모시는 의식으로, 이 자리에는 신 명예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를 비롯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신 명예회장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신준호 푸르밀 회장도 이날 장례식 초례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준호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되며 신 명예회장과 토지 분쟁을 벌였다.
이 외에도 신 명예회장은 신춘호 농심 회장과는 라면 사업 때문에 사이가 멀어졌고, 막내 여동생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과도 그룹 로고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였다. 신춘호 회장은 장례식 초례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빈소에 오지 않은 상태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멀어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8년 10월 신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후 1년 3개월여 만에 만났다. 두 형제는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했다.
특히 신 명예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 것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2018년 자신의 숙원사업의 결실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주지를 잠시 옮겨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으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공동 복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1년 5개월 만에 다시 거쳐를 옮겼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에 머물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6월 거처를 옮긴 후 적응을 잘하지 못하면서 건강이 악화됐다. 지난해 7월 영양공급을 위한 케모포트(중심정맥관) 시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같은 해 11월 같은 증상으로 한 차례 더 입원했다 퇴원했다. 이후 퇴원 8일만인 지난해 12월 18일 재입원했으나, 한 달여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은 아버지의 건강 소식을 듣고 전날부터 병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는 지난주부터 신 명예회장 곁에 머물렀으며, 전날 오후 8시 50분께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여동생 신정숙 씨,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 등은 빈소를 지켰다.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는 전날 밤 11시 10분께 친오빠인 서진석 전 유기개발 대표 부부와 함께 빈소를 찾아 30분쯤 머물렀다. 서 씨의 딸 신유미 씨는 동행하지 않았으며, 서 씨가 빈소를 찾았을 때 다른 유족들은 빈소에 없어 마주치지 않았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4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발인 후 22일 오전 7시에는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유언장은 별도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고향인 울산 울주군 선영에 안치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례는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고자 그룹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평소 거화취실(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을 실천한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사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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