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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늦었지만 키코 피해기업 눈물 닦아준다"...키코배상 결단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분쟁조정 협의체 참여...꽉 막혔던 배상 급물살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KEB하나은행이 늦었지만 키코 피해기업들의 눈물을 닦아준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첫 번째로 키코 배상 관련 은행 협의체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여태껏 배상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던 은행권서 나온 최초의 '뚜렷한' 입장이다.

그간 은행들이 '배임'을 우려하며 배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점에 비춰볼 때, 하나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키코 배상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EB하나은행 본점 [사진=아이뉴스24 DB]
KEB하나은행 본점 [사진=아이뉴스24 DB]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키코 사태와 관련한 은행권 배상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고객 신뢰 확보 차원서 협의체 참여 결정"

'키코 은행 협의체'란 키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하지 않은 나머지 기업에 대한 추가 배상을 논의할 협의 기구를 말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11개 은행으로 구성된 은행협의체를 통해 분조위서 논의되지 않은 나머지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분조위 4개 기업 이외에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 기업은 모두 147개며, 배상규모는 약 2천억원에 달한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분조위 결과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 이외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중에선 최초로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나은행은 협의체가 구성되면 147개 기업 중 불완전 판매 대상 기업을 정한 후, 다른 은행들과 자율 조정을 통해 배상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라며 "피해 기업과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해기업 측은 하나은행의 결정에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장은 "하나은행의 대승적인 결정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라며 "향후 배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은행이 밝힌 것처럼 신뢰할 수 있을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묵묵부답이었던 은행들도 "참여 검토 중"…배상 속도 낸다

하나은행은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키코 분조위와는 별개의 결정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분조위 4개 기업에 대한 배상 수락 여부는 협의체 참여 결정과 연계하지 않고 따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협의체가 분조위 배상 권고 이후의 단계라는 점에서, 4개 기업에 대해서도 하나은행이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의체는 분조위에서 심의한 업체들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 진행될 절차다"라며 "그런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것은 그 앞의 절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나머지 은행들도 속속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은행들은 법적 효력이 없는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배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배상에 소극적이었는데, 하나은행이 먼저 나서면서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꽉 막혀있던 키코 배상 절차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이사회에서 의결을 해도 이론적으로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내부적으로 배임 가능성을 타진해 본 후 결정했을 것이다"라며 "하나은행이 먼저 나섰으니 다른 은행들은 협의체에 들어가기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미 시중 은행들도 협의체 참여를 위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실 어느 은행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시간의 문제일 뿐 모두들 협의체 참여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은행들이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도 배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8일이 금감원에서 정한 조정 시한이었다. 은행들의 요청에 금감원은 다음 달 7일까지 기한을 30일 연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는 건 배상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든지 또는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며 "아무래도 연초이다 보니 이사회 일정 등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더 연장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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