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창사 이래 '반 세기'를 맞이한 삼성전자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글로벌 IT업계 대표주자이면서 한국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으로써 기념비적인 한 해지만 여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국내외 동시다발적인 악재들 속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50년을 향한 삼성전자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혁신은 이미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표현대로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기업'으로서의 변화다. 재계 최대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파워그룹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벤처·중기 생태계 혁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상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1일 삼성전자의 조촐한 생일은 삼성전자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창사 50주년을 알리는 대대적인 이벤트 대신 수원 본사에서 임직원들 일부만 참여한 기념식으로 대체했다. 별도로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고동진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포함해 7만여명의 직원들의 전국 사업장 단위 봉사활동이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는 메시지를 건넸다. 핵심 키워드는 '기술혁신'과 '상생'이다. 이 부회장은 "기술혁신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점과 함께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취임 이후 삼성전자 임직원 전체를 향해 던진 첫 메시지다.
삼성전자의 지난 50년은 한국 IT산업 그 자체다. 1969년 백색가전부터 출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40조원, 74개국에서 임직원 30만명, 2천400여개 협력업체를 거느린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3대째로 이어진 경영승계를 둘러싼 혼선은 국정농단 사태로 막바지 재판을 앞둔 시점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외 동반 경기침체라는 엄중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혁신을 통한 동반성장 의지는 기부행위, 규범준수 등 통상적인 사회적 책임 범주를 뛰어넘는다. 국내 기업과 그 생태계의 체질 개선과도 맞닿는다.
삼성전자 내부 창조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C랩'의 경우 연공서열 위주 경직된 기업문화를 탈피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대기업 가운데 가장 수평적 내부 조직문화를 구축한 가운데 최근 'C랩 아웃사이드'를 대폭 확대하면서 벤처 생태계를 적극 육성 중이다. '투모로우 프로젝트'처럼 외부 아이디어의 채택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규모는 19조원으로 정부 전체 R&D 예산과 맞먹는다.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융합인재 양성과도 맞닿는다. 삼성전자는 기초과학, 소재기술, 융합 ICT 분야에서 신진 연구인력의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1조5천억원을 집행 중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그 대응책인 삼성전자의 공급처 다변화 주된 내용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도 포함됐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현 정부 공정경제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기존 대·중소기업간 위계적 수직구조 내에서 벌어진 하도급법 위반, 기술탈취 등 갑을관계 속 폐해를 시정해 공정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보급이 대표적인 상생 협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중소, 영세기업의 생산현장 자동화, 현대화에 더해 제조 및 품질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매출과 고용의 직접 증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건네주기보다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인데 삼성전자는 정부와 함께 2023년까지 2천500여개 기업 대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보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이같은 사업들을 종전보다 확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활동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생 추구를 핵심 가치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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