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이달 27일 오후 2시께 울산 남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자리한 SK이노베이션 울산CLX(콤플렉스). 이곳에는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VRDS)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작업자들은 VRDS 내 가장 큰 설비인 반응기와 연관 공정을 연결하는 배관작업을 수행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VRDS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시행하는 선박용 연료유 황함량 규제에 부합하기 위해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제거해 저유황 중질유로 생산하기 위한 고도화 설비다. SK에너지의 VRDS는 현재 공정률 98.3%로 내년 1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앞서 SK에너지는 지난 2017년 1조원을 투입해 VRDS 건설에 돌입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제2 고도화설비(FCC) 이후 최대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설비 연결배관 길이만 240km, 콘크리트 부피는 2만 8천㎥에 이른다. 이 공사에 33개의 시공업체가 참여, 총 88만명의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됐다.
◆VRDS, 저유황유 중심 선박유 재편에 석유사업 활기 찾아줄 '구원투수'
SK에너지는 VRDS를 내년 1월까지 완공시키기 위해 역량을 총집중했다. 2020년1월1일부터 IMO 환경규제가 적용되면서 저유황 중질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공사가 지연될 경우 시장선점은 요원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IMO 환경규제는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량을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하는 역사상 전례없는 해운규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 3.5백만 배럴의 선박용 고유황유와 일 2백만 배럴의 저유황유 및 경유가 대체될 전망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공사가 한 달만 지연돼도 수천억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SK에너지는 초기 VRDS 가동 효과 극대화를 위해 ▲엄격한 안전·보건·환경(SHE) 관리 ▲설계/구매/건설 기간 단축 ▲완벽한 품질관리 실행 등을 통해 완공시점을 내년 1월로 세 달 가량 앞당겼다.
이 과정에서 난관도 펼쳐졌다. 대표적으로 올해 여름 민노총 건설기계노조 소속 울산 레미콘 노조가 두 달 넘게 파업을 펼친 것이다.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VRDS 공사 역시 지연됐다. 결국 SK에너지는 시멘트를 실은 선박까지 동원해 기초공사를 강행했다.
SK에너지는 VRDS 시험가동을 마친 후 내년 3월부터는 일 4만 배럴에 이르는 저유황유 생산체제에 돌입한다. SK에너지는 VRDS 가동 후 매년 2~3천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도 IMO2020 시행에 따른 국내 대표 수혜 업체로 SK에너지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 VRDS, 'DBL 시행 첨병'…"환경분야 사회적 가치까지 잡는다"
SK에너지의 VRDS는 배터리, 소재 사업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사업 확장을 목표로 시행 중인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체화 시킬 사업 모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기자간담회에서 환경분야 부정효과를 상쇄하는 '그린 밸런스' 전략을 밝힌바 있다.
SK에너지가 생산하게 될 황함량 0.5% 저유황 중유는 기존 3.5%인 고유황 중유 대비 황함량이 1/7에 불과하다. 고유황 중유를 저유황 중유로 대체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은 1톤 당 24.5KG에서 3.5KG으로 약 86%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SK에너지는 VRDS 설비의 성공적인 상업 가동으로 사업 특성 상 불가피하게 마이너스로 산정된 사회적가치를 상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오염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1조1천88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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