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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보다 자율규제 맡겨야"


"공정위 등 추가 규제 우려…글로벌 트렌드는 자율규제"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게임 콘텐츠 내용에 대한 사전 규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으로 작동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율 규제에 맡기되, 규제 기관은 자율 규제를 지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2일 서울 센터포인트 광화문에서 열린 '2019 한국미디어경영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관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어떤 아이템이 뽑힐지가 운에 따라 달라지는 확률형 아이템은 이른바 '뽑기 상품'으로 불리며 게임업계의 핵심 수익화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는 이용자들에게 우연성으로 인한 재미를 주는 반면, 사행심과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태욱 태평양 변호사
강태욱 태평양 변호사

이에 정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규정 등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진흥법 하의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 고시에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게임업계 역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규제를 실시 중이다. 게임업계는 지난 2015년부터 주요 확률형 아이템 상품별 습득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설립, 자율규제를 위반한 게임물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우려가 계속되면서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추가 규제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19대 및 20대 국회 등에서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입법 시도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전자상거래법 고시 개정을 통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강 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은 명확하게 규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종류에 따라 확률 공개 여부가 게임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법령에 의한 경직된 방식의 규제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해외에서도 법제화된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온라인게임협회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운영 중이며, 미국의 ESA는 주요 콘솔 게임사들과 함께 내년 말까지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강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도박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한, 게임 콘텐츠에 대해서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게임 콘텐츠 내용에 대한 사전적인 규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령을 통해 규제를 하는 경우, 명확성의 원칙을 포함해 헌법과 행정법상의 제반 원칙에 따라 엄격한 해석의 기준이 갖춰져야 한다"며 "국내 역시 추가 규제를 시도하기 보다, 이를 자율 규제에 맡기되 규제 기관이 여기에 힘을 싣는 쪽으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국제적으로 어떤 나라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공적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에만 공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내 게임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제적 합의 없이 우리나라에만 공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규제 형평성과 더불어 집행의 실효성에 있어서도 많은 비판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정원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도입을 논하기 전에 논란의 본질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며 "규제 도입 보다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불편해하는 부분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또 잇따르는 규제를 피하려다보니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게임의 매커니즘이 변질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탁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은 재미를 북돋아 주는 요소로, 과거에는 직접적인 승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매커니즘이 변질됐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여러가지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매커니즘을 고민하다보니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용자의 즐거움과 몰입을 제공하기 보다 사용자를 서비스 안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콘텐츠에 활용되는 요소가 잘못된 것을 게임 전체로 확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이제는 게임의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게임과 게임의 매커니즘과 정의에 맞지 않는, 랜덤박스에 의존하는 콘텐츠들을 유사게임으로 구분해 게임의 정의를 명확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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