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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ITC에 조기 패소판결 요청…LG-SK 소송戰 최대변수로


LG "SK이노, 조직적 증거인멸" vs SK "여론전 통한 소송우위 전략"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이 승부수를 띄웠다. 증거개시절차(discovery)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포착됐다며 조기 패소판결 등의 제재를 ITC에 요청한 것이다.

증거개시절차란 재판 상대방이 소송 정보를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의무한 제도다. ITC는 증거개시절차 과정에서 위법사유가 발견되면 추가재판 없이 원고 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default judgement)까지 내리다 보니 ITC의 이번 판단이 두 대기업간 소송전의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 "SK이노, 증거인멸·법정모독" vs SK이노 "여론전에 불과"

LG화학은 14일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하고 법정을 모독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패소판결'을 조기에 내리거나(default Judgment)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침해 혐의로 피소된 직후인 지난 4월30일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각자 PC, 보관메일함, 팀룸에 경쟁사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바랍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또한 LG화학은 ITC의 포렌식 명령에도 SK이노베이션은 포렌식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자료 중 일부가 삭제된 흔적이 발견됐다며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고 ITC는 이를 수용해 포렌식 조사를 명한 바 있다.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여론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출입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 중"이라고 짤막한 논평으로 대응했다.

◆LG화학의 제재 요청에 소송 조기 종결되나?

ITC가 LG화학의 제재요청을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특허 담당 변호사들은 LG화학의 조기 패소판결 요청이 재판의 주요전략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ITC 등 미국 법원은 증거개시절차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가혹하게 제재를 내려왔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사이트퍼니처 기업 빅터스탠리(Victor Stanley)는 지난 2008년 크리에이티브파이프(Creative Pipe)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피고 측은 증거개시절차에서 불리한 자료를 삭제했고 법원은 의도적 증거파기로 판단, 추가재판 없이 원고승소 판결과 함께 피고 측에 소송비용 전액부담을 명령했다.

이같은 사례로 볼 때 ITC가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으로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며 포렌식 조사를 요청한 LG화학의 손도 들어준 바 있다. 이 때문에 SK 측이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ITC가 조기 패소판결까지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특허 담당 변호사들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은 디스커버리제도에 엄격하다 보니 미연방증거법 등에 따라 최대 패소판결까지 내린다"면서도 "소명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벌금, 과태료 등의 선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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