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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사태, 사실상 사기…무분별한 상품 판매 환경 개선돼야"


김병욱 의원 "저금리 추세 속 DLF와 흡사한 사태 계속해서 터질 것"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은행들의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 판매 과정엔 사기성이 짙다는 주장이 나왔다. 투자자 요건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위조에 가까운 서류 보완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초고위험 상품을 무분별하게 팔 수 있는 판매 환경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DLF비대위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DLF비대위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열린 'DLF 사태의 소비자 보호 문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의 소비자 보호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소비자원이 손잡고 개최한 자리다.

DLF란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7일 기준 DLF 총 판매액은 7천950억원이다. 8월 8일부터 9월 25일 사이에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669억원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9월 25일 기준의 금리수준(독일 국채금리 10년 -0.643%, 영국 CMS 7년물 금리 0.649%, 미국 CMS 5년물 금리 1.540%)이 유지된다면 손실 예상금액은 3천513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조 원장은 DLF 사태의 원인으로 은행의 무분별한 판매 압박을 들었다. 조 원장은 "판매 실적에 대한 은행 본점의 압력이 강하다보니, 직원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게 됐다"라며 "상품의 최소 투자 요건이 1억인데, 이 1억을 맞추기 위해 9천만원 예금자에 대해선 500만원을 대출해주고 나머지 500은 청약을 해지하는 식의 영업행태가 나타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금웅당국의 규제 완화도 하나의 원인으로 들었다. 당국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도입했다. 법을 개정하면서 1억 이하의 투자자들도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조 원장은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진입 문턱을 상당히 낮아졌다"라며 "금융사들이 이러한 법을 악용하고 있는데도,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은 부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조 원장은 발표의 많은 부분을 사기성 증명에 할애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엔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특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적합성 의무'가 있는데, 은행들이 투자자를 분석 후 투자를 권유하는 게 아니라 서류 사후 보완을 통해 투자자를 '적격 투자자'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DLF 가입에 적합한 등급은 공격투자형으로 알려진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훨씬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투자 수익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자산가치의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적극 수용하고, 투자자금 대부분을 주식이나 주식현 펀드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이들을 말한다.

조 원장은 "자본시장법에 다르면 금융사가 상품을 권유할 땐 투자자의 지식, 그동안의 금융 활동 기록 등 투자 성향을 먼저 분석한 다음, 초고위험 상품의 투자자인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그러고 나서야 상품을 설명하고 서류를 징구하는 게 적법한 절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엔 주부든 노인이든 상관없이 타깃을 먼저 선정한 후 사전, 사후 작업을 통해 투자 요건을 맞췄다"라며 "서류를 거의 위조에 가깝게 보완한 것인데 투자자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설명을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보험의 경우 해피콜을 통해 이런 사안이 드러나면 계약이 무효가 되지만, 은행은 그와 무관하게 가입이 돼버린다"라고 말했다.

이날 조 원장이 제안한 해결책으로는 파생상품의 판매환경 개선이다. 초고위험 상품 치고는 너무 쉽게 팔린다는 이유에서다.

조 원장은 "은행도 그렇고 저축은행도 그렇고 초고위험 상품이 너무나 쉽게 팔리고 있다"라며 "무분별한 수익 추구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1월부터 계속해서 은행에 손실 우려를 전달했는데 그간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라며 "금융감독 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조 원장은 ▲금융소비자 관점이 가미된 분쟁조정위원회 구성 ▲분조위에서의 충분한 소비자 설명 기회 부여 등을 향후 보완책으로 들었다.

5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DLF 사태로 본 설계과정의 문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서상혁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DLF 사태로 본 설계과정의 문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서상혁 기자]

한편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품의 구조를 보면 약정수익률은 3~4%에 불과했던 반면, 은행 등이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은 그보다 많았다"라며 "이게 합리적인 제조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접어든 만큼, DLF 사태를 통해 관계법령 등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통상 성장률과 금리는 비례하는데,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처럼 고성장은 힘들 것이라고 한다"라며 "저금리 속에서 많은 소비자들은 이익을 얻기 위해 고위험 상품을 찾게 될 것인 만큼, 이 문제는 계속해서 터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70%가 부동산 형태로 자산을 갖고 있다"라며 "이를 금융이 흡수해야 시장에 돈이 돌게 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과 소비자 간의 신뢰가 무너져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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