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국내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미비한 법 체계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의 역차별 등 공정경쟁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해외의 OTT 규제사례 바탕으로 한국에 적합한 OTT 규제 방안 논의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학계에서는 OTT를 방송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 쟁점인 역차별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한국방송학회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해외 OTT 규제 사례와 국내 관련 법 규제체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현재 국내 OTT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만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 문제는 이들이 방송법 상 규제를 받는 지상파방송사, 유료방송사업자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는 것. 역차별 등 논란이 이는 이유다.
이에 따라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OTT 사업자를 기존 방송법 체계에 포괄하는 '통합방송법'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방송통신산업에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OTT 사업자에도 책음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반면 이제 막 시작된 OTT산업에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면 진흥 효과가 더뎌질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이날 행사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 해외 사례 등을 통해 합리적 방안 논의 차원에서 마련됐다.
세미나에서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OTT 규제 현황을 통해 OTT와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 유사성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설계했으나, 낮은 규제 강도와 함께 이용자 보호라는 목표를 명확히 한 점을 사례로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연방통신법의 수직적 규제체계에 따라 방송통신사업자를 크게 지상파방송, 다채널유료방송(MVPD), 공중통신서비스, 정보서비스, 온라인영상공급자(OVD) 또는 가상다채널유료방송(vMVPD)로 분류한다. OTT는 OVD와 vMVPD에 해당한다.
OVD라는 분류가 탄생한 배경에는 재송신 분쟁이 있었다.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앤젤이 2008년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디스커버리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채널 공급 갈등을 빚은 것.
스카이앤젤은 자신이 OTT인지 다채널유료방송인지 판단해달라고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요구했고, 이어진 법원의 판결에서도 OTT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OTT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물리적 경로가 케이블시스템이나 지상파 주파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는 재송신 대상에 OTT를 포함하기 위해 유료방송에 OTT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자체 망이 없는 동영상 사업자를 유료방송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FCC는 2012년부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 등을 거쳐 MVPD 외에 새로운 미디어 카테고리인 OVD를 추가하게 된 것. 단 이는 법적 수준에서 인허가 체제나 특정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상 범주라는게 도 교수의 설명이다.
또 2014년에는 소형 안테나 기반 지상파 대리수신 방식으로 재송신료 부담을 우회한 에어리오가 저작권 침해 혐의로 서비스 중단 위기에 처했다. 에어리오는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FCC에 유료방송사업자 권한을 요청했고, FCC는 실시간 방송을 하는 OVD를 vMVPD로 규정 했다. OTT 중에서도 실시간 방송을 하는지의 여부를 중요 판단기준으로 본 것.
FCC는 같은해 12월 규칙제정을 통해 가입형 vMVPD를 MVPD에 포함하는 정책안을 공개했다. 이 정책안에서 vMVPD를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서비스가 아닌 사업자가 사전에 편성한 영상물을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월정액 실시간 서비스을 대상으로 했다. 이 분류에 따라 스카이앤젤과 에어리어는 MVPD가 됐지만 넷플릭스와 훌루 등 VOD 기반 OTT는 MVPD가 아니다.
이와 달리 영국에서는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계층별 미디어 규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사업자는 '콘텐츠'와 '전자커뮤니케이션'으로 구분한다.
콘텐츠 계층은 다시 TV·라디오방송과 비선형서비스를 포괄하는 '콘텐츠서비스', 검색엔진 등 콘텐츠간 연결을 하는 '메타콘텐츠서비스', 웹콘텐츠를 제공하는 '정보사회서비스'로 분류된다.
또 전자커뮤니케이션는 전송계층으로서 경쟁 활성화를 위해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한 반경쟁적 행위와 공정한 망 접속, 보편적서비스에 대한 접속,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등이 규제의 중심이다.
영국은 이 같은 체계 속 OTT를 주문형 비실시간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콘텐츠(ODPS)로 분류하고 있다.
일반 방송에 비해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지만, 일반 인터넷 콘텐츠보다는 규제 수준이 높은게 특징. OTT 사업자들은 자신이 ODPS의 범주에 해당된다 판단되면 규제기관인 오프콤에 해당 사실을 고지한 뒤 규제 사항을 준수하고 규제 수수료 지불해야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받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제공하는 OTT서비스는 ODPS이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해당되지 않는다.
도 교수는 "미국은 실시간 OT에 한해 규제를 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비실시간 OTT에 대해서도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다만 비선형 OTT 규제 대상에서 해외사업자는 제외됐고, 내용이나 광고규제 중심의 사후규제가 수행되고 있어 기존 유료방송보다는 낮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법보다 일본처럼 전기통신사업법 적용 의견도
이날 김희경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학술교수는 유럽과 일본의 규제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연합(EU)은 2007년부터 시청각서비스규제(AVMSD)를 통해 방송과 실시간 또는 비실시간 OTT를 규제 대상으로 두고 있다.
이어 사업자간 공정 경쟁을 위해 2010년에 개정을 통해 주문형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또한 규제대상으로 포함시켰고, 지난해에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확대했다.
특히 프랑스는 자국의 영화산업 진흥과 보호를 위해 넷플릭스 등 OTT사업자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극장에 개봉했던 영화가 OTT로 서비스되려면 일정 유예기간을 두게하고, TV방송에는 광고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콘텐츠 산업 전반의 공정 경쟁에 초점을 둔 것.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OTT를 통신서비스로 간주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규제하고 있다. 규제기관인 총무성은 OTT를 통신네트워크 없이 콘텐츠를 전송하는 상위 레이어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현지 법상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닌 미국이나 영국처럼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부재하고, 경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도 시장 상황 및 현실에 맞는 OTT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김 교수는 "콘텐츠 산업 활성화, 미디어 생태계 복원 등 OTT에 대한 규제의 목표와 철학을 분명히 해야 하고, 방송에 대한 재개념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리한 입법화 과정을 통해 기존 방송법 체계에 혼란을 주기보다 OTT사업자를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지정하되 등록사업자로서 시장획정, 해외사업자 규제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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