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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없는 소주 vs 물음표 남는 맥주…주류株 향방은?


소주는 도수인하로 원가율 개선…맥주는 제한된 점유율 싸움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올해 들어 하이트진로가 연초 대비 60% 이상 상승하는 등 주류업체의 주가가 강세인 가운데 소주와 맥주 업황에 대한 엇갈린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산업은 도수 인하 효과 등으로 중장기적 성장국면에 들어선 반면 맥주는 외국산 비중이 여전히 높아 향후 점유율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소주시장 규모는 2조원대 수준이다. 수도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전국 사업자로 볼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소주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다. 맥주와 다르게 외국 주류와의 경쟁에서도 자유롭다.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캐시카우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주기적인 가격 인상에 따른 물량 저항도 일시적이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3~4개월 지나면 판매량이 다시 빠르게 회복된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광고 스틸컷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테라' 광고 스틸컷 [사진=하이트진로]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하이트진로에 대해 "수도권에서의 압도적 영업력과 전국 맥주 사업자로서의 지위, 연간 1천500억원을 넘는 광고선전비 등이 점유율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며 "특히 전북에서의 점유율이 확대와 함께 지난해부터는 경남 점유율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유율 확대를 점쳤다. 그는 "수도권 시장을 하이트진로와 양분하고 있는 롯데칠성은 2014년 맥주시장 진출을 통한 도매점 영업력 확대, 음료를 바탕으로 한 광고선전비에 힘입어 점유율을 올해 2분기 19%까지 끌어올렸다"며 "반일감정 여파로 3분기에는 점유율의 하락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는 최근 수년간 도수 인하에 주력해 왔다. 국내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참이슬'의 경우 17.2도, 신제품 '진로이즈백'은 16.9도까지 낮아졌다. '처음처럼' 역시 17.0도다. 소주업계 3위 무학의 주력제품도 16.9도의 '좋은데이'다.

이 같은 도수 인하는 원가율 개선은 물론 판매량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업계가 향후 1~2번의 도수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이다.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일회성 요인이나 대내외적 불확실성만 없다면 소주 사업자들의 실적을 기대해도 좋다는 평가다.

홍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3분기 소주 영업이익은 4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맥주에서의 이익창출 또는 손익분기점 도달만 전제돼도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반면 현재 약 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맥주시장은 소주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외국 대체재 유입에 따른 경쟁심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맥주시장의 25%는 외국산에 잠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양한 맛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외국 맥주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다.

가격인상 효과도 소주 만큼 크지 않다. 대체재인 외국 맥주가 국내 맥주와 동일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국내 맥주의 경우 일정 마진을 포함한 출고가에 주세가 부과되지만 외국 맥주는 수입 기준 신고가에 주세가 붙어 국내 맥주의 가격 경쟁력도 크지 않다. 앞으로 종량제로의 전환이라는 주세법 개정이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외국 프리미엄 맥주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맥주는 신제품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 롯데칠성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클라우드'를 앞세워 2016년까지 시장점유율 3~4%를 확보했다. 2017년에는 대용량 맥주인 '피츠'를 출시했다. 당시 광고선전비가 매우 많았지만 매출액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지난해 기준 롯데칠성의 맥주 매출액은 1천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지만 가동률은 여전히 25% 내외다. 반면 2016년 1천100억원 정도였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1천400억원 안팎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도 국내 주류회사들이 맥주 신제품 출시와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산업의 특성상 매출액이 증가하면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해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국 판매관리비 증가를 상쇄하는 매출액 증가를 통한 원가율 개선이 모든 맥주 사업자의 핵심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2등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출시를 통해 1등 OB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고정비가 전체 매출원가의 40%라고 가정했을 때 맥주 점유율 1%의 상승은 하이트진로 연간 고정비 35억원의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4%에 달하는 규모로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점유율 확대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최근 맥주시장은 하이트진로의 '테라' 출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올해 하이트진로의 광고선전비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천83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원은 "향후 비용의 하향 안정화를 감안해도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OB로부터 의미있는 점유율을 가져와야 하는데 문제는 OB도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가동률 유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광고선전비 증가와 판매가격 할인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라의 가격 인상은 점유율 경쟁이 일단락된 시점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처럼 제한된 맥주시장을 놓고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업황에 물음표가 남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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