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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 같은 정치 보복 목적 수출규제 아니다"


대일 전략물자 수출기업 100개 미만, 백색국가 제외 실질 피해는 제한적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우리 정부가 18일부터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한일 양국이 전면적인 갈등에 놓인 상황에서 대일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제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시행을 발표하면서 거론한 이번 조치 목적은 '수출관리 강화'로 귀결된다. 구체적으로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는 등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을 변경, 수출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수출입고시 개정을 추진했다"는 취지다.

여기서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는 일본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가' 지역에서 별도로 분류, 신설된 '가의 2' 범주로 넣는 것이다. 수출심사는 비우대국인 '나' 지역에 준해서 보다 엄격히 이뤄지도록 했다.

지난달 12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개정안 추진 방향을 발표하며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기본원칙과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의 긴밀한 국제공조는 어렵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당초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당시 언급한 것과 똑같은 이유다. 수출규제 사태 초기 아베 총리를 비롯한 집권 여당 고위 인사들은 한국 수출 전략물자가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정작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평가결과 한국의 전략물자관리 수준이 세계 17위로 일본(32위)보다 높은 데다 오히려 일본의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밀반출된 사례들이 드러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시행 후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에 대한) 대항조치가 아니다"라며 '수출관리' 차원의 통상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수출입고시 개정안 시행 발표 브리핑에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연평균 1.7회 개정된다. 이번 건만 국한해서 보지 말고 전체의 일환으로 봐달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와 우리 조치는 목적과 취지가 다르다"며 "일본은 정치적 목적이지만 우리는 국제공조 여부 부분을 추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적 수출관리라는 일본측 해명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치적 보복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입고시 개정안 시행을 발표하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입고시 개정안 시행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대일 수출기업의 피해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일관계 신뢰성을 문제 삼은 데 대한 상징적 조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호현 무역정책관도 "수출관리 제도개선이 목적으로 특정 품목을 대상, 수출규제를 하는 조치는 아니다"라며 "특정 품목에 대한 타격 여부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수출 상위 품목은 나프타, 제트유, 경유, 철강 등 상대적으로 대체 수입이 용이한 제품들이다. 산자부는 반도체 D램, OLED 패널 등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IT 부품군에 대한 수출규제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개별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는 이번 개정안과 무관한 사항"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중단했다.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관계 악화로 한미, 미일간 갈등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한일간 무역갈등과 관련 '톤다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번 개정안 시행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동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종 외 추가적인 개별허가 품목은 지정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후에도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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