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필립모리스와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양강 체제'를 갖춘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폐쇄형(CSV) 전자담배 시장이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JTI코리아는 늦은 시장 대응의 여파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국내 CSV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천7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같은 기간 5조2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의 단점인 찐내가 나지 않아 젊은 세대에게 CSV전자담배가 선호되고 있는 만큼 그 이상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담배 업계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른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쥴 랩스와 KT&G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쥴 랩스는 지난 5월 국내에 '쥴'을 공식 출시하며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어 KT&G도 '쥴'이 출시되자 마자 '릴 베이퍼'를 국내 론칭하며 본격적 경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며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쥴 랩스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로 본사를 옮기고 직원 채용도 확대하는 등 인프라를 빠르게 갖춰나가고 있으며, 단점으로 지적된 사후관리(A/S)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KT&G 또한 '릴 베이퍼' 출시 초 지적돼 온 카트리지의 용액 역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훈연구 크기를 줄이는 등 소비자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BAT코리아가 CSV전자담배 신제품 '글로 센스'를 세계 최초로 국내 시장에 론칭시키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 센스'는 CSV전자담배의 증기가 연초를 통과하도록 해 맛과 타격감을 강화한 '하이브리드형' 제품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한 자릿수라는 실패를 겪은 BAT코리아의 의지가 담겨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발표 당시 김의성 BAT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글로 센스'의 출시를 통해 새로운 제품군으로 담배 업계 변혁을 선도하고자 하는 BAT코리아의 의지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BAT코리아보다 이른 시기인 지난 7월 '글로 센스'와 유사한 형식의 하이브리드 제품 '플룸테크'를 론칭하며 국내 CSV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한 JTI코리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어떠한 마케팅 활동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초기 잘못된 판단으로 시장 진출조차 하지 않았던 JTI코리아에게 지금의 상황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JTI코리아는 지난 7월 '플룸테크'를 발표하는 행사를 급히 취소한 바 있다. 당시 JTI코리아측은 내부 사정이라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지역 5천 개 이상의 담배 소매점 및 편의점 유통망을 구축한 출시 이후에도 이 같은 소극적 움직임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현재 '플룸테크'는 일부 소비자가 제품을 찾으면 매장을 통해 별도로 전달하는 식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JTI코리아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서비스를 통해 '플룸 고객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는 등 어려운 시장 여건이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구매 희망자가 직접 주문을 부탁한 편의점에 유통하는 식으로 판매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된 제품에 대해 적극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카카오톡 등 온라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TI코리아는 노사 관계 문제에도 휩싸여 있다. JTI코리아 영업직군 노조는 지난 6일 소규모 준법투쟁으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오는 9월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회사에서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다며 사측의 해명도 함께 요구했다. 당시 JTI코리아 노조 측은 회사가 2017년 파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나쁜 조건의 합의안을 강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JTI코리아 측은 "올해 들어 재개된 협상에서 노조와 더욱 진솔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직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교섭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JTI코리아의 '수난시대'는 어느 정도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기 시장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으며, 그 이후 의사결정도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던 '플룸테크'를 너무 늦게 시장에 출시하는 바람에 '플룸테크=불매운동'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완제품이 존재하던 '플룸테크'가 한 달만 빠르게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면 불매운동으로 인해 제대로 판매조차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의 늦은 대응에 이은 JTI코리아의 큰 실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전망 또한 밝지 않다고 예상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예상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으며, 내·외부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10%대를 유지해 오던 일반담배 시장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JTI코리아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 외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진퇴양난인 현 상황 속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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