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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왜군 무찌른 옥포대첩 한복판서 대우조선 LNG 뱃고동 울린다


완전재액화시스템·재기화설비 등 최신 기술 접목된 마란가스파워호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1592년 6월 16일 새벽. 이순신은 판옥선 24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으로 구성된 전라좌수영과 원균의 경상우수영 함대를 이끌고 경남 거제 옥포 앞바다에 정박 중인 일본 수군 함선 50여척을 기습, 무려 26척을 침몰시켰다.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군의 첫 승리로 이순신 전승신화의 시작이었다.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린 22일 오전 10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순신 장군이 첫 승전고를 울린 이곳에는 '조선강국, 대한민국'의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일본군을 두렵게 만든 조선수군의 비장함이 느껴져서인지 옥포조선소는 비바람에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이나 하듯 모습을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이곳은 197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 상징이기도 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경공업에서 탈피,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추진하면서 조선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대한조선공사를 통해 옥포조선소 건립을 추진했다.

옥포조선소는 오일쇼크와 외자조달 축소 등 우여곡절 끝에 1978년 대우그룹 품에 안착해 1981년 완공됐다. 여의도 1.5배 규모의 490만㎡(170만평) 면적에 상선 40척, 해양 5기, 특수선 3척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문을 통과해 조선소 안으로 진입하니 곳곳에서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강사들이 제작한 후판들이 부두 앞에 실려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또한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선박 블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완성된 선박 블록들은 도크로 옮겨지고 있었다.

옥포조선소 야드에는 총 20척의 선박이 계류돼 있었다. 이 가운데 상선은 LNG운반선 7척, 초대형컨테이너선 3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 등 총 14척이었다.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량은 총 94척(201억7천만 달러)으로 단일조선소로 최고기록이다.

23일 취재진이 승선한 마란가스파워호 [사진=이영웅기자]
23일 취재진이 승선한 마란가스파워호 [사진=이영웅기자]

이날 취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7년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받은 마란가스파워(공정률 75%)에 승선할 수 있었다. 이 선종은 FSRU(부유식 재기화 설비)다. FSRU는 LNG운반선의 일종으로 액체상태의 천연가스를 운송한 뒤 하역지점 해상에서 자체 기화해 육지로 공급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이 선박의 중량은 8만8천656CGT다. 제원은 너비 46.4m, 높이 26.5m, 전장 294.9m. 쉽게 설명하면 63빌딩을 눕힌 수준의 어마어마한 크기다. 계약선가는 2억2천만 달러로 오는 2020년4월께 인도될 예정이다. 취재진은 부두와 선박 가운데 부분이 연결된 계단을 타고 선박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내부는 흡사 은색 벽지로 도배된 대형 창고의 모습이었다. 이곳은 '화물창'이라는 곳이다. 화물창은 유전이나 가스전 등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로 냉각, 액화시킨 LNG를 보관하는 장소다. 액화시키는 이유는 천연가스의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해서다.

LNG 보관탱크인 화물창 모습 [사진=이영웅기자]
LNG 보관탱크인 화물창 모습 [사진=이영웅기자]

화물창 내 있는 LNG는 운송 과정에서 열로 인해 조금씩 기화된다. 결국 영하 163도로 유지, 천연가스의 기화를 막는 것이 LNG운반선의 핵심기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창이 이중으로 설치되는 샌드위치 타입(멤브레인형)을 채택했다.

화물창 내 단열 나무박스를 설치해 최대한 1단계로 열을 차단하고 그 위에 인바(Invar)라는 합금을 붙여 이중구조를 갖췄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100% 재액화,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 기술을 구축, 이곳 선박에도 적용시켰다.

또한 일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장착함으로써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20% 감축시켰다. 송하동 LNG운반선 생산1부서장은 "화물창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따라 LNG선 수주 여부가 달려있다"며 "대우조선은 전통 LNG 강자로 경쟁사 대비 설치기간도 2개월 단축했다"고 말했다.

선박 상단에 설치된 재기화설비들 [사진=이영웅기자]
선박 상단에 설치된 재기화설비들 [사진=이영웅기자]

이후 취재진은 선박 내부 계단을 통해 선박 상단으로 이동했다. 선박 상단에는 각종 LNG재기화설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고압펌프 장치다. LNG를 기화기로 공급해 기화시키게 되는데, 고압펌프를 이용해 LNG 저장탱크 내의 LNG를 기화기로 공급한다.

또 이 장치를 이용해 압력을 발생시켜 천연가스를 바로 육지로 운송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이같은 고압펌프 고압기화기 기술 등 특허기술 76건을 국내 중소 기자재업체들에게 공개 이전하기도 했다.

송 부서장은 "그동안 육상에 LNG재기화 설비를 설치하다 보니 테러 위험은 물론 비용도 걱정이었지만, 이 선박 하나만 있으면 추가 터미널을 설치하지 않고도 천연가스 공급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천연가스 소비를 이 배에서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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