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내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선 대외여건을 살피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한 끝에 기준금리를 연 1.50%로 내렸다.
이어 "국내 실물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반도체 경기 조정의 영향으로 수출은 부진한 상황이다"라며 "소비자 물가는 석유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정부 복지정책의 영향으로 낮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금리 인하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일본 반도체 수출규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 거시경제를 전망할 때 평가에 일본 문제가 반영됐다. 한-일간의 교역 규모라든가 산업 기업 간의 연계성 이런 것을 두루 감안해보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더 확대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는 사실상 설명하기 어렵다. 상황이 악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와 달러화 강세 등으로 원화약세가 심화하고 있다. 평균 변동률도 높은데, 금리인하로 원화약세가 심화하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이번 기준금리가 1.50%로 낮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여력도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한국은행이 어느정도의 정책 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유동성의 함정이라든가, 자본유출 위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측정하는 하나의 이론상의 임계치다. 저희들이 그런 이론적으로도 추정한 실효하한도 염두에 두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
환율변동성이 컸다고 했는데, 환율에 대해선 금리 외에 많은 요인이 영향을 준다. 미중 무역분쟁 전개 방향이 상당히 불확실했던 점,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등이 대외교역이 큰 의존도가 큰 한국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금리 인하 이후의 환율이 어떻게 영향이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 금리인하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시장엔 어느 정도 선 반영돼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 1.50%로 인하했는데, 실효하한에 근접한 것인지? 추가적인 완화가 실효하한 금리에 의해 제한되는 것인지?
▲실효하한이라 하는 것은 자금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볼 것인지, 유동성 함정을 어느 측면에서 고려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참고지표다. 금리를 낮춰서 정책여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할 여력은 있다.
-한일 간 무역 갈등이 3~6개월 정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일본 측 보복이 가시화될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인지?
▲일본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실제 현장에서 어떤 강도로 집행이 될지 제한조치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그런 상황을 저희들이 예단할 수는 없다. 수치화해서 그 영향을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과 일본과의 경제 연관성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대비하겠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해야 할 노력이 있다면 철저히 대응하겠다.
-6월 말 간담회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다, 저물가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번 인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완화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립금리도 평가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전반적인 유동성 상황 신용공급, 시장에서의 위험자산 선호도, 기업들의 금리에 대한 인식 서베이 등으로 판단한다. 그래도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판단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우선 이론적으로 봐도 금리를 낮추게 되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상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르다. 경기 둔화라든가 물가 하방압력이 큰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둔화라든가 물가 하방압력은 공급충격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집값 움직임 예측 부탁드린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했겠지만, 금리 인하 기대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택가격 전망이 쉽지는 않으나 실물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점 그리고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 금리인하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노력을 해왔지만,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성장률 전망치가 2.2%로 말씀하셨는데,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이게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잠재성장률도 낮아진 만큼 판단 달리해야한다는 의견있다. 금리 인하의 실효성 여부가 한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를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2.2%로 저희들이 수정경제전망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큰 요인이 됐다. 2.2%의 평가도 잠재성장률과 같이 놓고 봐야한다. 잠재성장률 수준이 2.5~2.6%인데 올해 성장률도 그에 못미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경기회복을 위해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말씀드린다.
금리정책이 실효성 여부는 사실상 이것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 국한된 게 아니고 각 국의 통화정책 논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금의 경기 둔화는 상당부분 공급 충격에 기인하고 있다. 이 상황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려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여력은 그만큼의 여력이 없다. 그래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거기서 그치면 안 되고 더 나아가 생산성 향상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게 각국의 컨센서스다.
-8월 인하 전망이 높았다. 연내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데, 이러한 시장의 예측이 과도한지. 연준에서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데, 보험성 인하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보험성 인하 성격인지.
▲오늘 인하가 빠른 감이 있다 그래서 추가 인하 기대가 높아진 것 아니냐라는 분석이 있다. 통화정책 운용하면서 실물경제,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을 균형있게 고려하겠다는 말씀을 많이 드렸다. 작년 금리를 인상할 땐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이 됐고, 반면 불균형을 커지는 상황이라 금융안정에 초점을 뒀다. 이번에는 경기 회복을 좀 더 뒷받침할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는 설명 드린다.
앞으로의 방향도 기본적으로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 그렇지만 금융안정 등 다른 것도 같이 볼 수밖에 없다. 추후 경기 상황과 그에 대한 금통위의 견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시장과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최근의 한 두 달간의 상황은 예상 외로 경제 여건이 빠르게 변화한 측면이 있다. 낙관 시 되던 미중 무역협상이 반전되면서 다시 반등하는 과정,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예상보다 빨리 큰 폭으로 바뀌는 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최근 한 두 달 사이의 대외여건 변화가 빠르다보니 시장과 교감할 여유가 없었다.
-2.2% 전망하신게 추경 반영한 수치인지. 추경 반영한다면 성장률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강화한다고 했는데,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한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너무 앞서나갔다고 표현한 것인지.
이번에는 추경의 효과를 일부 반영했다고 말씀드린다. 잠재성장률은 이 수준에 있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해왔다. 이것 때문에 통화정책과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
시장이 앞서나간 것을 염두에 두고 답변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추가 인하 여부는 금리인하의 효과와 반응을 보고, 경제의 큰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변수의 영향, 거기에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적합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의 인식 차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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