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일 무역분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간 일본에 머물다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 회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오랜 친분을 이어온 관계인 만큼, 일본 출장 기간 중 한일 간 갈등을 해소할 만한 활동을 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롯데가 일본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며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이에 대한 입장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일본으로 떠났던 신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50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곧 바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예정된 롯데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 Valeu Creation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이 회의에는 롯데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신 회장이 직접 주재한다. 16일부터 19일까지는 식품, 유통, 화학, 호텔&서비스 등 롯데그룹 내 4개 사업 부문(BU)별로 회의가 진행되며, 20일에는 신 회장에게 우수 실천사례를 모아 보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신 회장의 메시지는 20일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11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노무라증권 등 롯데와 거래하는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일본 내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매년 6월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난 후 일본 내 여러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지만, 올해는 한일 간 갈등이 커진 기간과 맞물렸던 만큼 신 회장이 갈등 해소를 위한 활동을 했을 것으로 재계에선 기대하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 쪽 반발기류와 일본산 불매운동 등 부작용 여파를 출장 기간 중 일본 정·재계 관계자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일본에서도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진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일 롯데의 수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 회장은 수시로 일본 출장길에 오르며 현지 사업을 살피고 있다. 또 사업 구조상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들을 수시로 챙기며 우호 지분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호텔롯데 등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이 일본 계열사들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는 롯데지주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 주요 상장사를 비롯한 대다수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롯데지주의 지분 11.62%를 보유하고 있는 신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롯데지주의 나머지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74.94%에 달한다.
이 중 호텔롯데(11.04%), 롯데알미늄(5.05%), 부산롯데호텔(0.93%)을 비롯해 일본 L제2투자회사(1.46%), L제12투자회사(0.78%), 일본 롯데홀딩스(2.47%) 등 지분 21.73%는 일본 영향권에 있는 지분으로 분류된다.
특히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여러 L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일본 롯데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0%), 미도리상사·롯데그린서비스·패밀리 등 관계사(13.9%), 롯데재단(0.2%), LSI(10.7%·의결권 없음), 신동빈 회장(4.0%),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격호 명예회장(0.4%), 가족 및 기타(7.3%) 등이다.
이 중 롯데홀딩스 지분이 가장 많은 광윤사의 지분구조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하고 있고, 신 회장(38.0%), 신 회장의 모친(10.0%), 신격호 명예회장(0.8%), 롯데재단(0.4%) 순이다.
이 같은 구조 탓에 신 전 부회장은 매년 6월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진행될 때마다 신 회장의 해임안을 제기하는 등 공격해왔지만, 우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신 회장을 이기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이 높은 국내 계열사들도 결국 신 회장의 지배력 아래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호텔롯데가 상장하기 전까진 일본계 지분율이 낮춰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일본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기는 쉽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진 않지만,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맥주 등 일본 기업과 합작해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아 일본기업 이미지가 더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 회장이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가 일본업체와 합작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를 비롯해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복사기·프린터 등을 판매하는 캐논코리아비즈니스, '무인양품' 운영사인 무지코리아, 한국후지필름, 롯데JTB, 롯데미쓰이화학, 롯데엠시시 등으로 10여 개 가량이다.
또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 갖고 있고,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미국 브랜드이지만 미국 본사를 일본이 인수한 상태다.
이로 인해 이 계열사들은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라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아사히 맥주는 매출이 급격히 줄어 최근 수입 맥주 매출 순위 2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도 최근 진행한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 불매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주가도 불매운동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신 회장의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할 만큼 둘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신 회장이 이번 한일 간 갈등을 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면서도 "롯데도 직·간접적으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갖고 왔을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출장 기간 동안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며 최근 한일 간 현안과 관련해 본인이 파악한 현지 분위기를 사장단 회의에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전략적인 측면이 더 강조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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