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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감정 격화에 불매운동 확산?…"이성적 접근 필요"


관련 기업 해명‧대응에 '진땀'…현장서 '불매운동' 체감 낮아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한일 관계 악화 후폭풍으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유통업계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본 기업 리스트가 올라오고, 마트에서 일본산 제품이 자취를 감추는 등 업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기업 유니클로·데상트·무인양품·ABC마트, 아사히·기린 등 식음료 업체와 다이소·CU·세븐일레븐 등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번져가고 있다. 또 최근 일본계 담배회사 JTI가 오는 11일 예정된 신제품 출시 간담회를 취소하는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전 유통산업으로 점점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업계 전반에 빠르게 번지며 일각에서 감정적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롯데그룹이다. 유니클로가 일본 기업과 롯데쇼핑이 각각 지분 51대 49를 투자해 세운 합작회사고, 무인양품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6대 4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또 롯데그룹은 수입맥주 1위인 아사히를 비롯해 롯데캐논, 한국후지필름, 롯데JTB 등의 일본 합작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아직 자세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아사히 맥주는 매출 10%가 빠지는 등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재계와 정치·외교적 노력으로 일본과의 문제가 원활히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를 비롯해 불매 운동 대상 명단으로 포함된 기업들은 대부분 일본과 관련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이소의 한국 대주주 아성HMP는 "일본 다이소의 지분은 30% 수준의 2대 주주고, 별도 브랜드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으며 경영권도 아성HMP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일본 편의점 1위'일 뿐 미국에서 창립한 브랜드라고 해명하고 있으며, CU는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 브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 종료 이후 일본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SNS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안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실제 10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인근에 위치한 타 SPA 브랜드에 비해 크게 손님이 적지 않았다. 각 층마다 10여 명의 고객이 옷을 고르고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도 눈에 띄었다. 또 유니클로 외에도 일본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근의 화장품, 잡화 매장도 평상시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화장품 로드점을 운영하고 있는 J씨(54·여)는 "가게 인근에 해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일본과의 분쟁이 길어질수록 타격이 올 것이라고 생각돼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의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매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던 P씨(34·여)는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대상인 것은 알고 있지만 지나가는 길에 별 생각 없이 들어와 둘러보고 있는 것"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를 지켜보던 미국인 관광객 K씨(25·남)는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자세히는 모르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유니클로 명동점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업계는 역사·외교적 문제가 얽힌 만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불매운동 형태는 단순하게 '이미지'만으로 공격하는 등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양국 간 외교문제에 따른 화살이 연예인이나 일본인 등 상관없는 이들에게 튀는 어긋난 분노 분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현재 SPA 업계 1위이자, 전범기 광고 사건 등 일본색을 과거 몇 차례 드러낸 적이 있어 곧바로 불매운동 대상 회사로 지목된 면이 없지 않다"며 "현재 불매운동 대상으로 올라온 회사들 외에도 많은 일본 회사들이 있지만, 현재 행해지는 불매운동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치중해 과격해지는 양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 혹은 계획된 여행을 다녀오는 일본 관광객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 및 반도체·전자 업체 등을 넘어 애꿎은 유통·관광업계에도 보복성 화풀이의 형태로 불매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타인에게 불매운동 참여를 강요하고 일본산 제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매국노'로 규정함과 함께 이들이 보유한 제품을 파괴하는 등의 실질적 테러 행위로 변질되면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계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제품 불매운동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불매운동이 정치·외교 현안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본질적으로 국민적 감정 분출과 같은 것인데, 이것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매도하고 공격하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현재 진행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선택적 불매운동'으로, 산업 유형에 따라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소비자 L(33·남)씨는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은 빠르게 번져가지만, 일본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보지 말자는 운동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며 "주로 물건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업체에게만 불매운동이 집중되는 것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좁은 시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모두 서로의 제품을 아예 실생활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양국의 감정만 상하게 하는 불매운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스파이더맨 불매운동'은 본 적이 없다며 '선택적 불매운동'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포스터]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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