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면서 반격을 준비하는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각 업체들은 유통, 물류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 개발, 상품력 강화 등을 통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아마존은 지난해 5월부터 LG전자 스마트폰에 쇼핑 앱을 선탑재했고, 올해 3월 말부터 한국어 서비스까지 지원하면서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스타그램도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쇼핑 기능을 추가한 후 4개월 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쇼핑 인 스토리' 기능을 추가로 선보이며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또 올해 3월에는 미국 인스타그램 앱 안에서 결제할 수 있는 '체크아웃' 기능도 추가해 소비자 편의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이 국내에도 이를 도입하면 네이버 쇼핑처럼 이용자들의 결제 편리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 인스타그램 외에도 구글 역시 국내 메이저 유통기업들과 제휴해 구글 쇼핑을 운영하며 이커머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에 토종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한국판 아마존'을 지향하는 일부 업체들은 검색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쇼핑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플랫폼 개선을 위한 인력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정보 검색은 구글과 유튜브, 상품 검색은 아마존에서만 하는 것처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자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자사 온라인 몰에서만 머물도록 유도함으로써 충성 고객을 만들어 매출을 안정적으로 하려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픈마켓들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적극 견제하며 검색력 강화에 나섰다. 오픈마켓이 상품 수가 많은 데다, 방문자 수와 체류시간 면에서 포털 기능을 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이 중 11번가는 올해 '커머스 포털'을 성장 전략으로 삼고 관련 서비스들을 차례로 선보이며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 '커머스 포털'은 11번가가 쇼핑정보 취득부터 상품 검색, 결제 등 쇼핑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해 '쇼핑의 관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지난해 3월 '실시간 쇼핑 검색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상품 검색 강화에 나섰고, '미세먼지 탭(2월)'과 '11번가 콘텐츠(7월)'를 통해 쇼핑 콘텐츠도 다양하게 확보했다. 또 지난 4월 '알림톡' 오픈과 6월 '안심환불 서비스'를 시작하며 쇼핑 편의성도 높였다.
특히 이달에 선보인 '11번가 콘텐츠'는 상위 인기 키워드 100여 개의 모바일 앱 검색 결과에 고객들이 쇼핑을 할 때 꼭 필요로 하는 핵심 정보들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급성장한 네이버쇼핑의 견제 장치로 가장 강력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11번가는 올 하반기 중 콘텐츠만 따로 모아 볼 수 있는 별도 코너를 신설하고, 연내까지 1천여 개 키워드에 대한 콘텐츠 제공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더불어 11번가는 '커머스 포털'을 구현할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 연내 정보기술(IT) 개발자 100명도 채용한다. 이를 통해 11번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각종 신기술을 커머스에 다양하게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 5월 말 G마켓에 '실시간 인기 검색어' 탭을 오픈해 쇼핑 검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탭에서는 브랜드, 상품 카테고리와 연관된 키워드를 소비자들이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인기 상품을 보여줘 쇼핑 편의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베이는 고객들의 유입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격해 네이버는 판매자와 동반성장하는 전략으로 상품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섰다. '스타트 제로 수수료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1년 미만의 신규 창업자들에게 1년간 월 500만 원 미만의 이커머스 거래액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네이버 이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 판매자들에게 해당 대금의 80%를 즉시 지급해 주는 '큄 에스크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말에는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을 적용해 '동영상 전용 뷰어' 베타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쇼핑 커머스 영상을 비롯해 브이라이브(스타콘텐츠), 블로그와 카페에 게재되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네이버의 최저가검색·간편결제 등과 결합되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온라인 사업 확대에 나선 유통 공룡들도 투자를 강화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최근 물류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김포에 추가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확충했으며, 전국 이마트 점포에 있는 집품 및 포장센터의 점포 수를 늘려 배송 기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에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롯데는 지난해 8월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시킨 후 IT 전문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롯데는 인공지능, 정보통신, 디자인, 사용자 경험 등 총 4개 부문에서 400명의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롯데는 최근 '롯데온'을 론칭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롯데온' 앱을 유통 7개사의 모든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보이스 커머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쿠팡도 물류 인프라 구축을 통한 배송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20여 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는 쿠팡은 이를 연내 2배 수준으로 늘리고,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자금력과 강력한 이용자 플랫폼을 확보한 아마존과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관련 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면서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신기술을 적용해 쇼핑 콘텐츠를 얼마나 경쟁력 있게 확보 할 수 있을 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유통업자가 쇼핑 트렌드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소비자에게 쇼핑 결정권이 주어진 상태"라며 "업체들이 얼마나 새로운 쇼핑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지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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