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확대 정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문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국내 공매도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며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낮추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참여의 문을 넓힐 게 아니라 제도 자체의 폐지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미 공매도 폐지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3천건을 넘어섰다.
◆ 외인·기관이 거래대금 99%…"공매도 폭탄" 반문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총 5천3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6천336억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전달에 비해서도 37.1% 급증한 수치다.
외국인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3천313억원으로 전체의 61.6%나 됐고 기관은 2천15억원으로 37.5%를 차지했다. 반면 개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46억원으로 0.9%에 불과했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매입해 갚는 투자기법으로, 시장 참여를 위해선 주식 대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유통 채널이 제한적이고 자본도 적어 대차에 제약이 크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경로는 증권사 신용거래대주 서비스가 유일하지만 종목과 수량에 한계가 많아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에 대해 필요한 수량을 실시간으로 차입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참여 확대가 아닌 공매도 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인 김 모 씨는 "기관과 이야기 한다는데 우리나라 (공매도 시장의) 실상은 기관이랑 외국인이 다 짜고 치는 판"이라며 "코스닥 기술특례나 상장기업에 대한 공매도 폭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매도 투자자 조 모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내가 가진 주식의 주가가 떨어진다"며 "지금의 공매도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면 개인이 기관과 맞먹는 자본을 가지거나 뭉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최종구 "개인 어쩌다 들은 정보 혹해"…'형평성' 방점
금융당국의 정책 스탠스는 그러나 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제도 폐지가 아니라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늘려 공매도 시장의 형평성을 세우겠단 취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금융위원회 기자 간담회에서도 최 위원장은 주식 공매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기관과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에게도 기회를 좀 더 주고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 차입인지 무차입인지 확인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시장에서 전문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어쩌다 들은 정보에 혹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관은 그렇지 않다"며 "좀 더 냉철하게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시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공매도 폐지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실제 해외 시장에서도 공매도 제도 폐지 사례가 없다보니 관련 논의에도 진전이 없다.
더욱이 주식도 빌리지 않은 채 팔기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의 경우 국내에선 엄연히 불법인데도 감시 시스템조차 전무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1년 전 무차입 공매도 등 이상 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식 잔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해 1분기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탓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에서 주식거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국 시장의 유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거래가 빈번히 이뤄질 때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제공되는 기업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고 시장에서도 효율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서는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들이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래전략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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